인상 시 물가 부담·동결 시 재정건전성 악화와 투자 차질공공요금 장기 동결에 인상 압력 높지만 미뤄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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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내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새 정부는 공공요금 조정을 두고 쉽지 않은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다. 전기요금이나 철도 운임 등을 올릴 경우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반대로 요금을 묶어두면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 안전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정부가 상반기 내내 유지해온 공공요금 동결 방침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공요금 동결 기조 유지 여부를 포함한 새 정부의 물가 대응 전략이 조만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공공요금 현실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인상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전기요금을 앞으로 올려야 한다.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도 "지금은 국내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서 당장 전기요금에 손을 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2023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올린 뒤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해왔다. 특히 민감한 주택용과 일반용(자영업자용) 전기는 2023년 5월 이후 추가 인상이 없었다.이에 따라 한국전력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적자가 이미 30조원을 넘었고, 부채는 200조원을 돌파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연료비가 급등한 가운데 한전이 그 부담을 대부분 떠안은 결과다.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산업용 전기를 평균 9.7% 올리면서 "수출 대기업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요금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탈한전’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전의 재무 부담과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한국가스공사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 결과, 1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민수용 가스 미수금이 14조원을 넘어섰다. 미수금이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민수용 가스를 공급해 고객에게 아직 받지 못한 외상 대금이다.여기에 더해 한국가스공사는 알래스카 천연액화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가 사업 참여를 확정하면 가스공사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이미 높은 부채 비율을 감안할 때 해당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감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크다.한국고속철도(KTX) 운임과 고속도로 통행료, 광역 상수도 요금도 인상 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KTX 운임은 14년째, 고속도로 통행료와 광역 상수도 요금은 각각 10년, 9년째 동결돼 있다.코레일은 철도요금을 최소 17%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기 차량 교체 사업에 5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누적부채도 21조원에 달해서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자구 노력에도 전기 요금 등 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무 건전성에 한계가 왔다"고 밝혔다.한국도로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통행료 수입은 원가의 79.7%에 그치며 부채도 41조원을 돌파했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후 10년째 동결된 상황으로 부채비율은 2028년 10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통행료 인상을 주장했다.이 대통령이 '민생 경제 안정'을 첫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공공요금 인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러 인상 압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요금 조정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기업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내수가 부진한 상황인데다 새 정부가 초반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면 공공요금 인상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