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서 2차 추경 처리 목표 … 늦어도 7월추경 공감대 형성됐지만 '적자국채 발행' 재정 우려나랏빚 급증에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커져'지역화폐' '보편지원' 승수효과 놓고 의문 여전히
  •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서두르고 있다.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내수를 끄집어 내기 위해선 시간을 더 지체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추경 규모는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내수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화폐'로 전국민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침체된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적지 않은 규모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가용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채 발행 확대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이른바 '재원 없는 확장재정'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현실화하면서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20조원+α' 규모로 2차 추경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 관계자들에게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라"면서 "추경의 핵심 사업을 잘 발굴하고, 추진할 때 확실한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검토하고 협업하라"고 지시했다.

    추경안 마련을 위한 사업 발굴과 부처 간 조율에만 3~4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유병서 예산실장 주재로 각 부처 기조실장이 참석하는 비공개 회의를 열어 2차 추경에 들어갈 민생사업 발굴을 요청하고 지출 구조조정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등 추경 편성에 본격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2차 추경은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정부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이며,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 7월 이후 집행하는 일정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여당 내에선 이번 2차 추경에 2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올 초 더불어민주당이 소비 진작 등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35조원에서 1차 추경으로 이미 14조원이 집행된 걸 빼면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당시 민주당이 제안한 소비 진작 4대 패키지에는 △1인당 25만원 상당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13조1000억원) △지역화폐 할인 지원(2조원) △상생소비 캐시백(2조4000억원) △8대 분야 바우처(5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 제안처럼 2차 추경 예산의 많은 부분이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에 할당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지역화폐 기반 소비쿠폰 사업에 13조원 안팎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화폐 구매 시 10% 할인을 지원하기 위한 2조원까지 포함하면 관련 예산은 15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 사업에 대해 "당연히 카드에 있다"고 했다. 또 "보편적 지원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선별적 지원으로 할 것이냐. 소비 진작 효과를 노린다면 보편적 지원이 맞다"며 "그냥 현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유통 기한이 정해져 있는 소비 쿠폰인 지역 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다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2차 추경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 조정 및 대출 탕감 관련 예산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코로나19 시기 집행된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 조정 및 탕감 종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경제분야 TV 토론회에서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대통령은 확장재정 기조 아래 민생, 내수 침체 회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 회복형 재정의 역할로 지역화폐 지원과 같은 내수 기반 회복 수단으로서 2차 추경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 나랏빚 눈덩이 CG.ⓒ연합뉴스
    ▲ 나랏빚 눈덩이 CG.ⓒ연합뉴스
    일각에서는 2차 추경에 대규모에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2차 추경 편성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한계가 뚜렷한 만큼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하긴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세입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경기 둔화에 관세 충격파까지 겹치며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더욱이 올해도 경기 악화로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적자성 채무를 늘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미 국가 재정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올해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만 885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다가섰다. 2차 추경을 편성하면 적자성 채무 비중은 7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세입이 정체된 반면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 속에 국채 발행이 반복될 경우 재정건전성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빠르게 불어나는 국가채무와 대규모 재정 지출 계획 속에 한국 역시 신용등급 하향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야 모두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추경 집행 형태 등을 둘러싸고는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다. 특히 민주당이 제안한 1인당 2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 지급 등 소비 쿠폰 형태의 '민생 회복 지원금'에 대해 국민의힘은 '현금 살포 표퓰리즘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하위 계층에만 주는 '선별지원'이 아닌 고소득 부자까지 모두 주는 '보편지원' 방식도 논란이다. 추경의 목적이 내수 부양인데 소비 쿠폰 형태나 보편 지원이 확실하고 가지적인 '승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추경의 실제 집행 방식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둘러싼 협의 과정이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2차 추경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이야기하나 추경을 뒷받침할 만한 긴축 조정이 이뤄질 만한 것은 마땅치 않다"며 "당연히 적자 국채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 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가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경우, 국채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는 구조가 나타나는데 이같은 흐름은 이미 현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며 "재정 확대에 앞서 이 같은 시장 반응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