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공습에 전쟁 위기감현지 판매 지점 둔 삼성·LG 초비상물류대란·유가상승·환율불안 불가피"불확실성 큰데 … 하반기 경영환경 악화"
-
- ▲ 현지시간 13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등을 타깃으로 선제공격에 나섰다.ⓒ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을 공습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해있는 기업들의 직접 피해는 물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물류 대란, 원유 가격 인상과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 환율 급등 등 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서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3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현지시간 13일 이란 핵시설 등을 타깃으로 선제공격에 나섰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주요 외신들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계획을 보도한 바 있으나 예상보다 빨리, 미국의 지원 없이 이란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이다.해외에서는 당분간 이스라엘과 이란의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여러 차례의 공격을 감행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작전이 향후 수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이스라엘은 전국에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영공을 폐쇄한 상태다. 또한 필수적인 활동 외 교육, 모임 및 직장 출근 등을 모두 금지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5일 미국과 이란의 6차 회담이 파행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최악의 경우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면서 국내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판매법인과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운영 중이며, 이 외에도 적지 않은 국내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기업 중 일부는 한국 주재원을 대피시키는가 하면 이란에서 철수해 인근 나라로 이동하기 위한 절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물류 대란, 유가 상승, 환율 급등 등 간접적인 피해도 우려된다.우선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는 경우 물류 차질이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에 가려면 지나쳐야 한다. 한국서 호르무즈 해협에 들어가는 컨테이너선이 많지는 않지만 봉쇄시 인근 다른 항구로 기착지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화물 운송에 드는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6분의 1, 천연가스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10% 가까이 폭등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동부시간 새벽 1시 기준 전거래일보다 8% 급등하며 배럴당 7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0% 가까이 급등한 74달러를 돌파하며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한국 원유 수입량의 경우 72%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가 상승시 단기적으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원유가격 상승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원유로 원재료를 제조하는 석유화학업계는 물론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고 원부자재 원천이 원유에 의존하는 바가 큰 철강, 선박 등 제조업 분야의 생산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원가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은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 ▲ 이란 테헤란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의 핵 프로그램과 기타 군사시설 관련 목표물 수십 개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을 발표했다ⓒ테헤란=AP/뉴시스
◇ 한계 맞은 석유·화학 업계 직격탄 … 제조업 전반 악영향 불가피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중동 위기 시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산업이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상당한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국제 유가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배럴당 80달러 중반까지 올라선 상태다.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면전이 현실화되면 원유 공급 불안이 심화되고, 정제마진(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매 비용을 뺀 차익)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은 상황 초인만큼, 향후 변동성이 높아서 유가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석유 수송로가 실제로 막힌 사례는 거의 없어 당장 원유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고, 정부와 민간에서 약 200일분 가량의 석유 비축량을 확보해 단기 수급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데 2~3주의 시차가 있어 당장 내일부터 기름값이 오르기는 어렵지만, 2~3주 후에는 국내 기름값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특히 천연가스 가격 상승 시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진다. 나프타 등 석유계 원료 가격 상승뿐 아니라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 제조 원가가 급등하게 된다.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는 이미 일정 생산분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원가 상승 충격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가격 인상뿐 아니라 물류비와 기타 경비 상승까지 이어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물류 분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는 우회 항로 사용과 선박 보험료 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일부 중동 항로를 활용하는 해운주는 테마성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 수익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과 선박 운항 지연이 현실화되면 수출기업 전반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수출 구조가 중동 시장에 일정 비중을 두고 있는 한국 제조업체들도 영향을 받는다. 중동 국가들의 수요 위축과 교역 차질이 발생할 경우, 자동차·플랜트·건설업계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손을 잡고 현지 생산 기지를 짓고 있고, 최근 수주를 추진 중이던 국내 건설사들의 사우디 프로젝트 진행에도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
- ▲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알려진 13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2920.03)보다 25.41포인트(0.87%) 떨어진 2894.62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뉴시스
◇ 글로벌 금융 출렁 … 환율 리스크까지 첩첩산중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기업들의 리스크도 커진다. 환율이 불안해지면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금리가 뛰면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달러화 강세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기업들 상당수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 정책에 따라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을 늘린 데다, 원자재 수입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중동 전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면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하반기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이날 국내 증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어졌던 허니문 랠리를 뒤로 하고 대외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강보합권에서 개장했지만 장 초반 곧바로 하락 전환하며 낙폭을 키웠고, 오후 1시 30분 기준 1.3% 하락한 288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이형일 제1차관 주재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따른 무역 피해 대응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이번 중동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상태다.시장에선 당장 국제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물가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정유·화학·철강 업계에 더해 물류, 항공 업계에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 중동발 공급망 불안, 원자재 급등 등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며 “국내 기업과 금융시장 모두 대외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