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잔액 752조원…10개월만 증가폭 최대주식 '빚투' 열풍 …신용거래금융잔고 20조 육박추경탓 물가상승 조짐…일본식 버블경제 우려↑
  •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소비·투자는 오히려 감소하면서 '일본식 버블경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 경제성장률이 0%대로 예견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에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갭투자, 주식시장에선 '빚투(빚내서 투자)'가 횡행하며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간 괴리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으로 정부부채까지 급등하면서 거품경제 징후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말 748조812억원대비 3조9937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 3105억원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6조30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증가 규모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 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표만 놓고 보면 지난해 8월 사상 최대 영끌 열풍이 불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이 596조6471억원으로 지난 5월말 593조6616억원과 비교해 2조9855억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103조3145억원에서 104조4027억원으로 1조882억원 증가했다.

    최근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주담대 등 가계대출도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36% 상승하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주 이후 6년9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코스피가 3000선 천장을 뚫으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19조6084억원으로 일주일새 7584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에 근접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자금을 의미한다. 신용거래융자가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투자를 위해 빚을 내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신호다.

    문제는 집값과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생산성은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0.8%로 하향 조정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기존 2.0%에서 1.0%로 낮췄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 4월호를 보면 전산업생산 지수는 113.5로 전월대비 0.8%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은 공공행정(-6.3%)과 광공업(-0.9%), 건설업(-0.7%), 서비스업(-0.1%)에서 생산이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물가 급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정부지출이 673조3000억원에서 702조원으로 늘어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59조6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정부 지출 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준상 교수·장성우 연구원, 한국은행 이형석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정부부채가 1.0% 늘어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했고, 이같은 현상은 재정적자일 떄 더 강하게 나타났다.

    시장에선 1·2차 추경에 따른 대규모 재정 투입과 통화정책 완화, 중동발 긴장고조 등으로 물가 급등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집값·주가가 한번에 빠지는 버블이 터질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198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과 주식 투기 열풍이 불었고 여기에 금리까지 내려가면서 시장에 거품이 생겨났다. 1990년 들어 한국 기획재정부 역할을 하던 대장성이 주담대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두자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 10년간 닛케이 지수는 반토막나고 부동산가격은 평균 33% 내려가는 등 경기침체를 겪었다.

    시장에선 과도한 확장정책으로 시장내 투기를 조장하기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경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 정책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될 시기"라며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결국 포퓰리즘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은 물가와 함께 금리를 올리게 되고, 이런 흐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정조달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줄여 우리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