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사주 원칙적 소각' 방침중견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인데"상법개정안까지 본회의 처리 임박
  • ▲ 이재명 대통령 ⓒ뉴데일리
    ▲ 이재명 대통령 ⓒ뉴데일리
    이재명 정부가 기업 보유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해온 중견기업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사주 활용 전략을 전면 수정하거나 매각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경영권 방어 수단을 사실상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자사주 보유 목적이 불분명한 기업에 대해 소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자사주 보유가 기업가치를 저해하고 경영 투명성 확보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기업은 자사주 매각에 나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용으로 기능해온 중견 상장사들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는 사실상 유일한 우호지분이자 적대적 M&A 방어 수단으로 이마저도 정부가 소각을 유도하면 대응 카드가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자사주 소각 기조가 일률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 규모, 상장 여부, 자사주 취득 경위에 따라 현실적 여건이 크게 다른 만큼 차등 적용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자발적 소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세제 인센티브 등의 유연한 정책 유도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자사주 매입은 기업에 따라 우리사주 분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적대적 M&A가 가능한 구조인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을 일률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본부장은 "중소·중견기업은 시가총액이 낮아 행동주의 펀드나 해외 헤지펀드가 손쉽게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권 분쟁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라며 "3% 룰처럼 최대주주 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규제는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핵심으로 한 상법개정안이 오는 3~4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을 우선 처리한 뒤, 배임죄 부담 완화 등 보완 입법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과 집중투표제 확대, 전자주총 의무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