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320원 확정 … 17년 만에 노사 합의외식·프랜차이즈 줄줄이 인건비·물류비 인상 압박까지차등 적용 논의는 제자리 … "시대 변화 못 따라가면 제도 자체 무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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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 두 번째)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17년만에 합의로 결정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인재 위원장. ⓒ연합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되면서 유통업계에 또 한 번의 비용 부담 경고등이 켜졌다. 원자재값과 임대료, 전기료까지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인상되자 "줄일 곳도 버틸 여력도 없다"라는 탄식도 터져 나온다.
11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 주도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의결됐다.
이번 인상률은 역대 정부의 집권 첫해 인상률 중 가장 낮다. 문재인정부 첫해(2018년)에는 16.4%, 윤석열정부 첫해(2023년)는 5.0%였다. 공익위원들이 자영업자·중소상공인의 위기 상황을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평가다.
노사 절충안으로 결정됐다는 상징성에도 체감하는 업계의 현실은 "인상 그 자체가 위기"라는 냉랭한 분위기다.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 초저가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의 확산 등으로 이미 수익성이 바닥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1만30원)보다 290원 오른 금액으로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215만6880원이다. 현행(209만6270원)보다 6만610원 인상된 수준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영향권에 포함되는 노동자의 연장·야간·휴일수당, 퇴직금 등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인건비가 매출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추가 부담이 생기면 인력 효율화는 피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변화에 맞춰 매장 운영방식 전반을 재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나 소상공인, 창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경영계가 제시한 동결안(1만30원)에 가까운 중재안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아주 미세한 인상이라도 현장에서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타격을 호소한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비용 인상과 소비 침체로 현장은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어렵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사실에 허탈하고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290원 오른 것 같지만 2인 근무 기준 하루 8시간만 계산해도 월 15만원 이상 부담이 늘어난다"면서 "여기에 물류비, 원자재 구입비, 용역비까지 줄줄이 오르는 만큼 실제 추가 부담은 훨씬 크다"고 우려했다. -
- ▲ 서울시내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실제 자영업 환경은 이미 한계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1분기 1112조원으로 2019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자영업자 수는 1년 새 20만명 넘게 줄어 현재 550만명 수준이다. 음식·숙박업 생산지수는 2023년 2월 이후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으로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 신고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700곳 이상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인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물가 뛰고 전기세, 카드 수수료 다 오르는데 이제 인건비까지 더 내라니 그냥 망하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수차례에 걸친 최임위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수포로 돌아간 상태에서 최저임금니 오르자 최저임금 존속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별 구분이 최저임금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노동계 안팎에서 내놓고 있지만 노동시장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다르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시대변화에 맞추지 못하면 결국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소상공인 업체인 식당에선 인건비가 오르면 자기 인건비도 다시 계산하게 된다"며 "이전보다 마진을 더 높게 만들려는 심리가 생기고 음식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후속 지원책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는 노사 간 오랜 간극을 좁혀 합의에 이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내수 부진과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각종 비용 부담 완화, 규제 개혁 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