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290원 오른 1만320원 … 월 환산 215만6880원최저임금 2.9%↑ 묶은 배경엔 최악경제로 '무너진 자영업' 소상공인 인건비 부담 늘어 … "최저임금 존속 자체 우려"
-
- ▲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17년만에 합의로 결정한 공익위원-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인상된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의 요구 안에는 못 미치지만, 소상공인들은 지급 임계점을 넘어선 최저임금이 더 올랐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 경영계, 공익위원의 합의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결정했다.향후 이의제기 신청 기간이 남아있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인 전례가 없는 만큼 업계에선 최저임금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노동계는 벌써부터 반발에 나섰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전날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아래 선임된 공익위원들은 총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김대중 정부(2.7%)를 제외하고 역대 정부 첫 해 최저임금은 5% 이상 올랐는데 친(親)노동계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에서 3%가 채 안되는 인상률로 정한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각 정부별 첫 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노무현정부 10.3% △이명박정부 6.1% △박근혜정부 7.2% △문재인정부 16.4% △윤석열정부 5.0% 등이다.다만 공익위원들의 중재 아래 합의한 내년도 최저임금 배경엔 역대 최악의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8%, 취업자 증감률은 0.4%"라며 "이런 지표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보면 내년이 올해보다 안 좋은 상황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남긴 후폭풍을 이재명 정부가 반면교사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 최임위는 문 전 대통령 집권 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결정했지만, 가파른 인상 폭으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반발이 나오자 이후에는 2년 연속 역대 최저 인상폭을 결정하기도 했다.경영계도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부담스럽단 입장이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 수정안대로 990원 인상되면 연300만원 가량 추가 인건비가 증가된다"며 "급격한 인건비 부담은 소공상인 폐업과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반박했다.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전년보다 2만1975명 증가하며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52개 업종 가운데 소매업 폐업자가 29만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하면서 경영계는 현 최저임금이 이미 소상공인들의 지급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
- ▲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1만30원)보다 290원(2.9%) 오른 것으로,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15만6880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저임금 영향권에 포함되는 노동자의 연장·야간·휴일수당, 퇴직금, 사회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사업주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현장에서도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불황으로 손님도 끊기는 와중에 인건비 상승이 예고되면서 걱정만 앞서고 있다. 세종시 나성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식당에서 직원만 6명 정도 쓰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업주 부담은 6배 이상으로 커지는 게 현실"이라며 "인건비 감당을 못하면 직원을 내보내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방법 말곤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아울러 수차례에 걸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논의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과 훼방으로 진전되지 않고, 불합리하게 적용 중인 주휴수당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최저임금만 떡하니 오르자 최저임금 존속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서울시내의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별 구분이 최저임금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노동계 안팎에서 내놓고 있지만 노동시장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다르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시대변화에 맞추지 못하면 결국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소상공인 업체인 식당에선 (사업주가) 인건비가 오르면 자기 인건비도 다시 계산하게 된다"며 "이에 이전보다 마진을 더 높게 만들려는 심리가 생기고, 음식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