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이사 복귀 청신호… 회장 취임 3년 만책임경영 본격화… 지배구조 개편 과제 산적그룹 컨트롤타워 재건하나… 차기 경영체계 포석
  • ▲ 삼성전자ⓒ뉴데일리DB
    ▲ 삼성전자ⓒ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 동안 짊어졌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시작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삼성생명법' 등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 회장의 무죄 판결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앞서 1·2심에서도 해당 혐의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무게추는 최종 무죄로 기울었고 결국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언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장충기 전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로써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 간의 사법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이 사태로 지난 2017년 2월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2020년 9월에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또 한번 기소됐다.

    ◇ 10년 만의 사법 리스크 해소 …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신호탄

    이번에 이 회장이 최종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은 이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지 거의 3년 만에 본격적으로 이재용 체제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지난 2014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와병으로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아왔지만 선대회장이 작고하기 전까진 부회장 직함을 달고 경영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2022년 10월 27일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회장으로 조용히 취임하면서 이재용 회장 시대를 맞이했지만 이어지는 사법 리스크 상황에서 대외적으론 제대로 된 총수 역할을 맡기가 어려웠다. 이번에 그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이재용 시대가 시작됐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이재용 시대를 위한 마지막 단추가 남았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삼성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일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라 3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던 지난 2019년 10월 26일 퇴임 수순을 밟았다. 당시엔 이미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진행하던 중인데, 등기이사로서의 이 회장 신분이 오히려 해당 재판에서 법적·도덕적 책임이 가중되는 데 영향을 주면서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이 회장이 이제 막 시작된 사법 리스크에서 한동안은 자유로울 수 없고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전망 아래 등기이사 자리를 비워주고 재판에 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시 삼성은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지만 경영활동에는 변함 없이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실제로 이 회장은 비등기 상태에서 총수 역할을 묵묵히 이어왔다.

    이제는 이 회장이 다시 등기이사에 오를 시점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였던 지난 3월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아직 최종 판결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등기이사 자리부터 복귀하는 것에 최대한 조심스러움을 표하며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이 회장이 다시 한번 등기이사 복귀를 시도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전영현 부회장, 송재혁 사장, 노태문 사장 등 사내이사 3인과 신제윤 의장을 포함해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여기에 이 회장이 사내이사로 추가로 이름을 올린다고 해도 회사 정관이나 법률 상으로 문제는 없는 상태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시점에 대해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르면 올 하반기 중에도 가능하다는 예상도 있다. 과거 이 회장이 10월 중에 등기이사에 올랐고 회장 취임도 지난 2022년 10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0월에 회장 취임 3주년을 전후로 등기이사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니면 올 하반기 시간을 가진 뒤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추진할 것이라는게 유력한 시나리오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지배구조 개편도 시급 … 4세 경영 대신할 경영 체제 확보도 돌입할 듯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외에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대표적인 과제는 또 있다. 바로 삼성의 지배구조 이슈다.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가 돼오던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올 들어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한 심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생명법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보유 지분 약 8%를 처분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밖에 없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매입하거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약해진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보다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작업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평하기도 할 정도다.

    이와 맞물려 이 회장이 지난 2020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에서 나왔던 '4세 경영 포기' 선언과 관련한 대안 마련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회장은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4세 경영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삼성이 향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도를 확실히 하고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에 의해서 전문경영인이 선임되고 그 구조로 삼성이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이사회에 더불어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동반될 수 밖에 없다는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삼성그룹사 각각의 이사회와 컨트롤타워의 합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문경영 체제를 이어갈 수 있고 이 회장을 비롯해 그의 자녀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이사회와 더불어 컨트롤타워까지 투트랙 구조가 보다 안정적일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