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무역장벽 규정하며 통상 압박 심화, 논의 잠정 연기미봉책인 이원화 방안, 국내 역차별 우려 더해 ‘진퇴양난’온플법 제정 무산에 무게 … 빅테크 제재 ‘하세월’
-
- ▲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국 하원 무역소위원회 위원장 ⓒAFP 연합뉴스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온플법’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미국이 관세 협상 과정에서 온플법을 무역장벽으로 문제삼으면서 글로벌 빅테크 제재는 물 건너갈 처지가 되는 형국이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법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 재계의 통상 압박에 입법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다루는 온플법은 미국에 의해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규정됐다.미국 하원은 1일 의원 43명 명의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 무역 협상에서 온플법을 의제로 다룰 것을 촉구했다. 공동 서한에는 온플법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비관세 장벽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지난 24일에는 미국 외 국가의 독점규제를 감시하는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 공식 설명을 요청했다. 한국의 공정거래법 개정과 온플법 제정이 미국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브리핑해 달라는 취지다. 미 법사위가 전달한 서한에는 온플법이 혁신을 저해하고 중국 등 적대적 국가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미국이 문제삼는 지점은 법안 내용 중 플랫폼 지배력을 규제하는 ‘독점규제법’ 부분이다. 국회에 상정된 온플법 제정안은 끼워팔기와 자사 우대, 최혜대우 요구와 멀티호밍(두개 이상 플랫폼 병행 사용) 제한 등을 ‘반경쟁 행위’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자국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애플과 메타 등이 부당하게 표적이 된다는 입장이다.정부는 독점규제법보다 플랫폼 입점사업자 권익을 보호하는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하는 이원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메시지가 잘못 나가면 대미 통상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논의 시기도 8월 중순 이후로 미뤄졌다.국내 플랫폼 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역차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 빅테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법 집행 차원에서 국내 기업은 수월하고, 해외 기업은 어렵다는 점에서다. 지난 2022년 제정한 구글과 애플 앱마켓의 부당한 수수료 수취를 막기 위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실제 과징금 부과와 제재 등 법집행은 실효성이 떨어졌다.관세보복 우려에 온플법 제정이 가로막히면서 빅테크 제재와 관련 논의에서도 협상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CP들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이 대표적이다. 빅테크 제재가 미뤄지면서 게임사들은 앱마켓 수수료 집단조정 신청을 통해 자력구제에 나섰고, 유튜브 뮤직이 야기한 끼워팔기 논란도 제재 없이 동의의결 절차로 그쳤다.업계에서는 온플법이 미국 입맛에 맞춰 개정되기보다는 무산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국내 플랫폼과 미국이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진 동력이 약화됐을 뿐더러, 공정거래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규제 논란도 여전하기 때문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유럽연합 DMA(디지털시장법)처럼 규제들이 시작되면 다른 나라에 도미노처럼 파급될 수 있다는 데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무역장벽에 대해 미국이 요구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망사용료나 지도반출 문제도 (온플법 처럼)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