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노조법 개정 긴급 기자회견이달만 9차례 읍소 행보 … "미래세대 위협할 것"경제 8단체 한 목소리… 美·유럽도 위험 경고
  • ▲ 이동근(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업종별 주요 단체들과 함께 노란봉투법 개정 중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동근(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업종별 주요 단체들과 함께 노란봉투법 개정 중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경제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저지에 나섰다.

    국내 경제 8단체는 최근 연일 경제 위기 속 기업 혼란이 우려된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데 이어 이날은 최고령 경제단체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중단을 호소했다.

    이밖에 800여 개 회원사를 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유럽계 기업 400여 곳이 가입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등 외국계 기업 단체들도 강한 우려를 표하는 등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 반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재계 큰 어른' 손경식, 노란봉투법 중단 촉구 호소

    손경식 경총 회장은 31일 노란봉투법 심의 중단을 요청하는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1939년생으로 팔순을 훌쩍 넘긴 손 회장은 법 개정의 파장이 크다는 우려에 이달에만 무려 9차례 '읍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절박한 심정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국회는 노조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러한 법 개정이 실제 산업 현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라도 경영계의 대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수용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드린다"라며 "노조법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잦고 과격한 쟁의행위로 우리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조법 개정안이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고 확대한 데에 우려했다.

    손 회장은 "이 경우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가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라며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939년생으로 팔순을 훌쩍 넘긴 '최고령 경제단체장'인 손 회장이 직접 대국민 호소에 나설 수밖에 없는 까닭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치명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입법 취지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역행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는 임금협상 결렬 등에만 파업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구조조정, 공장 해외 이전 등을 이유로도 파업할 수 있게 된다. 경제계는 이에 따른 산업현장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도 전일 13개 업종별 단체 공동 성명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고,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산업통상자원부와 암참 간담회에 참석한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연합뉴스
    ▲ 산업통상자원부와 암참 간담회에 참석한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연합뉴스
    ◆ "韓 투자에 악영향" 유럽상의 이어 암참도 경고 나서

    경총뿐 아니라 주요 경제단체들은 연일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기업 혼란이 우려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경제8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노란봉투법 등 기업 관련 주요 규제의 영향과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앞서 경제 8단체는 국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자 '내우외환 한국경제, 국회의 현명한 판단한 바란다'라는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통해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도 쟁의 대상에 포함한다"라며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노사관계 안정성도 훼손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단체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도 잇달아 노조법 개정안 재검토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놓고 있다.

    800여 개 회원사를 둔 암참은 전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법안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추진돼 절차적 하자가 있고,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 전반에 법적·운영상의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암참은 이날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입법 중단을 촉구한 국내 8개 주요 경제단체의 공동 성명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유연한 노동 환경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며 "이번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이번 APEC은 한국이 혁신과 경제정책 측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며 “이번 법안이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기업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경우 한국 시장 철수를 고려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