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않기로 합의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 장벽 논의는 계속한종협 "검역절차 완화되면 상당한 파급효과"한농연 "비관세 장벽 철폐, 신중한 접근 필요"한우협회, 농민·국민 불안 차단 위한 선제 대응 촉구
  • ▲ 지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인근에서 열린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농축산인 결의대회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 길 등 농민단체 소속 단체장들과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 지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인근에서 열린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농축산인 결의대회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 길 등 농민단체 소속 단체장들과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되자 농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 측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축산물 시장의 핵심 품목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다. 다만 시장 개방을 둘러싼 한미 양측의 견해 차가 여전히 존재하는데다 향후 정상회담 등 추가 논의 가능성도 열려 있어 긴장을 늦추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31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한국 협상단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회동하고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이 줄곧 강하게 요구해 왔던 쌀과 소고기 추가개방을 막아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미국과의 협의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배경으로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농축산물에 대한 미측 시장 개방 확대 요구가 강하게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결과 미측이 농업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 시장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결과에 농업계는 안도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농업을 다시 협상 카드로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미국의 농축산물 개방에 관한 많은 압박 속에서 쌀과 쇠고기를 방어해낸 부분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합회(한농연)는 "농축산물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대한민국 농축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전국한우협회도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않기로 결정하고 끝까지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켜낸 것은 국가로서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켜낸 것"이라며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낸 것이자 인구가 급감하는 농촌의 지역 붕괴를 막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민감한 국민의 건강 우려 마지노선을 지켜낸 값진 성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농축산물과 관련해 추가 시장 개방은 하지 않되,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 장벽 관련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종협은 "앞으로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가 완화될 경우, 미국산 사과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작물 등의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사과에 그치지 않고, 다른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농산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 농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협상을 발판으로 삼아 농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농업의 가치와 국민의 건강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한 책임 있는 협상을 계속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농연은 "이번 협상에서 쌀, 쇠고기와 함께 관심이 집중됐던 사과의 경우 타 품목과 달리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과수 농가 사이에서 동식물위생·검역(SPS) 완화는 결국 사과 수입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내 시장개방이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측이 꾸준히 요구해온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규제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까 걱정된다"며 "SPS, LMO 등 비관세장벽 철폐는 국내 농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소비자 먹거리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사안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우협회도 "정부는 비관세 장벽 축소, 시장개방 확대 요구, 과채류에 대한 한국 검역 절차 등 앞으로도 미국의 끊임없는 협의 요구에 대해선 이번과 같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은 협의 대상도 타협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나아가 정부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추가 협상 압박이 있더라도 농민, 그리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선제적 대책 마련을 준비하기를 바란다"며 "식품 안전기준과 검역주권을 흔드는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선 단호히 거부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켜내는 당당한 행보를 이어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