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추가 관세철강·알루미늄 함량분 50%… 나머지는 15%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피해 사정권 광범위상반기 對韓 신규 수입규제 절반 '철강' 집중수익성 악화 현실화… 정부, 지원책 확대 고심
  • ▲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품목에 50% 고율 관세를 확대 적용하면서 국내 철강을 비롯한 관련 산업이 충격에 빠졌다. 건설기계,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식칼·포크 등 생활용품까지 포함된 이번 조치로 광범위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를 추가로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18일 0시 1분 이후 미국에 수입 통관되거나, 보세 창고에서 반출한 통관 물량부터 적용된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이 관세율을 50%까지 올렸다. 지난 7일 15%의 ‘트럼프표 상호관세’가 발효됐지만, 철강업계는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됐다. 급기야 기존의 615종의 철강·알루미늄 상품에 407개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1000종이 넘는 상품이 50%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이번에 새로 품목관세 적용 대상으로 분류된 제품군은 ▲철강·알루미늄 구조재 ▲화학 소재에 포함된 제품 ▲생활·소비재 ▲산업·기계 부품 ▲운송 수단·부품 등이다. 엔진·터빈·굴착기·변압기 등 주력 수출 품목뿐 아니라 철강 프레임이 들어간 가구, 가전제품, 식칼·포크 같은 주방용품, 세제·비누 등 단순 생활용품까지 망라됐다.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는 해당 제품에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비율에 따라 부과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짜리 엔진 부품에 철강·알루미늄 비율이 40%라면, 400만원에 해당하는 부분에 50% 품목관세(200만원)가 적용되고, 나머지 600만원에는 한국과 미국 간 상호관세율 15%(90만원)가 부과되는 식이다.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 STX엔진,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미국 시장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마스가(MASGA)’ 중심 한미 상호관세 협력을 이끈 HD현대와 한화그룹 계열사도 관세 사정권에 들게 됐다.

    이들 대기업의 2차·3차 중소 벤더와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클 전망이다. 이번에 추가로 관세가 지정된 407개 품목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수출하는 제품이 대다수다.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더라도, 국내에서 부품을 수입했다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어 부품 자체를 현지에서 직접 조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들의 마진율이 보통 10% 미만인데, 50% 관세가 적용되면 사실상 팔아도 손해”라며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기업들은 이미 고율 관세 이후 수출 계약을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버티고 있다. 이번 관세 조치가 유지되면 다수 사업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 ⓒ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무차별적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기존의 수입 규제를 통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철강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는 총 218건으로, 지난해 하반기(12월 말 기준)보다 2건 늘었다. 이 가운데 신규 수입 규제는 9개 국가에서 10건이 새로 이뤄졌다. 신규 수입 규제를 품목별로 보면 철강·금속이 5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한국산 알루미늄·아연 도금 평판 압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한 뒤 종료한 것을 비롯해 이집트가 한국산 열연 평판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은 한국산 열연강판, 캐나다는 한국산 강철 결속재, 말레이시아는 한국산 아연 도금 강판에 대해 각각 반덤핑 조사에 새로 착수했다.

    코트라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이 올해 3월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6월부터 이 관세율을 50%로 올리는 등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세계적으로 철강 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상반기 한국산 제품에 대해 시행한 총 54건의 수입 규제 중 철강·금속이 36건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코트라는 “미국은 작년 말부터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도 강화를 추진하고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활용,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응해 무역법 301조 가동 등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조사 중인 품목 및 예상 규제 품목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미 25% 관세 시행 이후 수출 감소를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철강 수출액은 25억6000만 달러로 1년 전 대비 12.4% 줄었고 6월 철강 수출액은 8% 감소했다. 7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2% 줄었다. 특히 지난 3개월 대미 수출의 경우 수출 물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수출 단가가 10% 이상 급락하며 피해가 현실화했다.

    철강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50% 관세는 단순히 비용 증가를 넘어 미국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조치로, 정부가 관세 협상과 쿼터제 도입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가 공동 발의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 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의 조속한 통과도 요구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수입 규제 대응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 원산지 증명 등 컨설팅 대상을 늘리고 기업의 분담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