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 진행 "기업결합 시정조치 불이행… 엄중히 대응할 필요"공정위 잣대 '시장 교란' 지적도… 인천~괌 노선 운임↓
  •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의 조건 중 하나였던 '2019년 대비 좌석 공급 90% 유지'가 깨질 경우, 기업 결합이라는 행정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좌석 공급을 축소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축소했을 때 (공정위로부터) 기업 결합이라는 행정 행위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이행강제금 부과로 끝나버리는데 이는 공정위 권위의 문제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합병) 집행정지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는 이러한 '조건부' 승인안을 이행하지 않는 행정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합병을) 취소, 철회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주 후보자는 "검토해 보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앞서 지난 3일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는 "기업 결합에 대한 시정조치 불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엄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며 이코노미석 너비를 일부 줄인데 대해 "좌석 축소 문제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여러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 전 단계인 프리미엄석 도입을 발표하면 이코노미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재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이코노미석의 좌우 간격이 1인치(2.43cm)씩 줄어 들게 된다. 

    주 후보자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꾸준히 비판해온 학자 출신으로 대한항공의 기업 결합 막바지에 공정위의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한국 경제의 주력인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혁신에 집중하도록 기업집단 내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밝히기도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의 마지막 관문인 마일리지 통합안 승인에서도 난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공정위에 제출한 통합안이 사용처와 비율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접수 당일 반려됐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운임 조건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서 공정위가 마일리지 제도 심사를 한층 엄격히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의 잣대가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통합 조건으로 내세운 '공급좌석 90% 이상 유지'가 대표적이다. 해당 조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수요가 감소한 괌 노선을 증편하자,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큰 폭으로 하락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운항 중단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 공정위 규제가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LCC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좌석 재배치 계획을 유연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석 개조 중인 B777-300ER 1호기의 기내환경 개선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하되 남은 10대의 좌석 개조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내부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나 소비자들의 우려가 클 경우 프리미엄 좌석은 도입하되, 이코노미석의 규격은 원안대로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좌석, 운임, 마일리지 등 세부 조건에 대한 공정위 판단이 통합 대한항공의 전략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사의 전반적인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정상적인 투자와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