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정부, 세금으로 집값 잡기 부담에 '세제 방향성'만 제시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과세' 전례 의식 … 세제 강화 신중 접근공급 아닌 세제 중심 접근, 실효성 논란 … "효과 내기 어려워"
  •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이재명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대응해 세 번째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세제 개편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고, 방향성만 제시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카드'를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응해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6·27 대출규제, 9·7 공급대책 발표에 이은 세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기존 강남3구와 용산구를 포함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를 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경기도는 광명·과천·분당 등 총 12개 지역을 추가로 지정했다. 

    또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에 적용 중인 6억원 대출한도 규제를 주택가격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는데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대출한도를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해 과도한 대출을 활용한 고가주택 구입 수요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세제 개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향후 방향성만 제시됐다. 세제 개편의 구체적 방향·시기·순서 등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과세형평 등을 감안해 종합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계획' 수준만 명시됐는데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카드'를 뒤로 미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보유세·거래세 조정과 특정 지역 수요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세제 운영 방향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세제 개편의 구체적 방향과 시기, 순서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제 개편을 즉각 추진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부총리는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세제는 시장 민감도가 높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이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종부세 강화 등 강경한 세제를 밀어붙였지만,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 여론과 조세저항에 직면했다. 결국 이는 정권 교체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전례를 의식한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즌2'라는 인상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거래세 강화에는 상당히 신중할 것"이라며 "문 정부 시절과 같은 정책을 남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보유세·거래세 조정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손질은 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세제 '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증세 등 세제 요건을 강화하는 것만이 아닌 완화 카드도 함께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도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양도세 한시 완화 방도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전문위원은 "고가 주택을 겨냥한 규제가 강하게 나온 만큼 보유세 부담도 높아질 수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는 것이 유력해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세제 강화만으로는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우철 교수는 "보유세는 기존 보유자의 부담만 늘릴 뿐 거래 활성화나 가격 안정에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우병탁 위원도 "보유세 강화로 매각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과표 조정이나 세율 인상이 없다면 부담 수준은 여전히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