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문제, APEC 코앞인데도 막판 협상 난항3500억달러 투자 놓고 현금 비중·수익 배분 이견 여전김용범 "추가 대면 협상 어려워…타결까지 갈 길 멀다"이재명·트럼프 담판 가능성 남았지만 실무 이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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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정상.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3500억달러(약 49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싸고 막판 협상 중이지만, 오는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핵심 쟁점에서의 입장 차만을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이번 협상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될 수 있는 공동선언문과도 연결돼 있어 외교·경제 양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투자 방식, 관세 인하, 수익 배분 등 주요 사안에서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해 APEC을 통한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은 8년간 연평균 250억달러 수준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연간 150억달러 이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에 따라 한국은 전체 투자금 중 현금 비중을 200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 방식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금 투자 역시 수년에 걸쳐 분할하는 방식이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시간가량 협의를 진행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김 실장은 귀국길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협상의 어려움을 인정했다.김정관 장관도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현금 비중이 적절한 수준인가를 놓고 양측이 굉장히 대립 중"이라며 "남아 있는 쟁점과 진전된 부분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는 협상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핵심 사안에서 양국 간 간극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의 협상 세부내용을 묻는 질의에서도 회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현재 정부는 외환보유액(약 4220억달러)에 근접한 대규모 달러 유출이 원화 가치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와 달러를 혼합해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에 조달 가능한 외화 규모는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수익 배분 방식도 난제다. 한국은 출자 비율에 비례해 수익의 90%를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일본과 50대50으로 나눈 전례를 들어 한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허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여기에 투자 납입 기간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9년까지로 설정할지 여부도 쟁점이다. 일본과 EU는 이미 2029년까지 투자 완료를 약속한 상태다.이재명 대통령은 23일 CNN 인터뷰에서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며 협상의 난항을 시사했다. 이어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인위적인 목표 시한을 두고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최종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무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 간 결단만으로 협상을 매듭짓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정부는 협상 타결이 어렵더라도 공동선언문이나 '팩트시트' 형태로 합의 내용을 일부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PEC을 타결 목표로 삼았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측의 추가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구성에 구두 합의했지만 이후 투자 구조와 방식, 수익 배분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APEC 이후에도 추가 협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이 협상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