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및 관세 충격 … 수요회복 더뎌3년 연속 적자 이어 올해도 약 6000억 손실 전망정부 석화 구조조정 촉각 … 대산단지 정리 '신호탄'
  • ▲ 롯데케미칼 석유화학단지.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석유화학단지. ⓒ롯데케미칼
    업황 불황에 시름 중인 롯데케미칼의 흑자 시기가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수요회복과 원가 안정화에 올해 흑자 달성이 조심스레 점쳐졌지만, 글로벌 관세전쟁 여파로 상황이 급반전하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18조4644억원, 영업손실 6056억원이다. 시장 예상대로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9.6% 줄고, 손실은 유지되는 셈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7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3년 3477억원, 지난해 8941억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중국이 2020년 이후 자체 NCC 설비를 급격하게 늘리며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공급과잉이 발생했고, 국내 NCC업체가 직격타를 입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비중 축소를 위해 전략적 사업 철수, 비효율 자산 매각을 중심으로 한 ‘자산 경량화(Asset Light)’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LUSR), 파키스탄법인(LCPL) 등이 청산 및 매각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해외법인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조단위 자금조달을 단행, 차입금을 상환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롯데지주를 비롯한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등 롯데그룹사 임원들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뼈를 깎는 노력 속 롯데케미칼이 올해 소폭이나마 흑자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해상운임 하향 안정세에 따른 비용 감소와 함께 기초소재 부문 원료가 안정화 및 신증설 물량 감소로 점진적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연초 시장 예상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올해 4년 연속 손실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료 부담은 줄었지만, 글로벌 관세전쟁 여파로 석유화학제품 수요회복이 지연된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의 설비 초기 안정화 비용도 수익성 개선을 발목 잡았을 전망이다. 해당 공장은 롯데케미칼이 2022년 39억 달러(약 5조27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칠레곤시에 지은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다.

    롯데케미칼은 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네시아 최초 NCC 납품업체로서 현지 산업발전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초기에는 안정화를 위한 비용 발생으로 단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향후 고수익 전략 제품 중심 현지 공급망 구축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산산업단지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첫 번째 사업 재편 대상으로 꼽힌다. 양사는 석유화학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합작사의 지분은 양사가 비슷하게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전날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은 올해 안에 가닥을 잡고 내년 초부터 본격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은 초안을 만들어 제출한 상황으로, 정부는 12월 중 사업재편안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