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다시 불붙나 … 박철완 "EB 발행, 명백한 불법"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회사의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 발행 가능성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는 조짐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박 전 상무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만약 사측이 EB 발행을 추진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며 “이는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주들에 대한 충실의무가 이미 법제화됐고,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중인 상황에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담보로 한 EB를 발행하려 하는 것은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훼손하고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이라며 “특히 경영권 분쟁중인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건 불법”이라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자사주 관련 정관 변경을 요구하고, 자사주 활용 EB 발행에 찬성하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는 일반 주주와 연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또 “아직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계속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제2차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됐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으로 인해 현 경영진의 후보가 아닌 후보가 이사회 입성에 유리해졌다”며 “그동안 금호석유화학이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어렵도록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전자투표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향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상법 개정이 있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확대된 데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서 소수 주주도 이사회 진입이 한층 수월해졌다. 이에 따라 박 전 상무 역시 보유 지분 약 11%만으로도 특정 후보를 이사회에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14%에 달하는 약 350만주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가 지난해 주총에서 전량 소각을 요구했한 바 있다. 자사주 과다 보유 자체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지난해 약속한 자사주 소각은 진행 중에 있으며, EB발행은 논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3월 약 85만주를 소각했고, 올해 3월에도 같은 규모를 소각했다. 내년 3월 나머지 약 85만주를 소각하면 전체 자사주의 절반가량이 소각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B발행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