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매출액 1000대 기업 대상 조사"1억 자산으로 연간 2백만원 밖에 못 남겨"기업규제 더 쎄고 촘촘해져 … 한계기업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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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대한상의 전경. ⓒ대한상의
한국 간판기업들의 수익성이 20년 새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영업이익)를 창출하는 기업이 많아야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기에 고수익, 고성장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K성장 시리즈(6) 매출액 1000대 기업의 20년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4년만 해도 자산 1억원으로 420만원의 수익을 남겼는데, 현재(2024년)은 220만원만에 그친다고 밝혔다.총자산영업이익률이 4.2%에서 2.2%로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이에 대해 주지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은 부가가치의 확대를 통해 이루어지며 기업의 수익성은 부가가치 확대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기업 채산성 지표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그는 “최근 국내 기업의 채산성이 큰 폭으로 악화된 만큼 그간의 지원정책이 기업의 성장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투자·고용·혁신성이 연쇄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 ⓒ대한상의
보고서는 한계기업 보호정책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만 고착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생태계에서 한계기업이 10% 포인트 늘면, 정상기업의 매출액증가율(성장성)과 총자산영업이익률(수익성)은 각각 2.04%p, 0.51%p 하락한다.대한상의 측은 “정책의 방점이 혁신기업보다는 한계기업의 연명에 찍히다 보니 부정적 외부효과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곽관훈 중견기업학회 회장은 “총자산영업이익률의 하락은 기업이 저수익·저투자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신규 설비, R&D 등에 대한 재투자가 줄어 결국 국가차원의 투자·고용이 둔화돼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짚었다.대한상의는 기업의 수익성을 반전시켜 국가경제를 성장시키려면 기업규모에 따른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를 해소하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장과 수익을 이뤄내는 기업에 리워드(보상)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의 성장의지를 북돋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대한상의는 중소기업 상장사 중 ‘총자산영업이익률’ 상위 100개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면, 단순 계산해 봐도 5조4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추가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2024년 이들 기업의 평균 총자산영업이익률은 17.1%로 자산합계 18조2000억원을 활용해 3조1000억원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정책지원을 통해 중견기업(자산규모 5000억원)으로 성장한다면, 50조원(5000억원×100개) 규모의 자산으로 8조5000억원의 수익(50조원×17.1%)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수익증가분 5조4000억원은 2024년 국내 GDP의 0.24%에 달하는 수치로 0%대 저성장 기조에서 유의미한 기여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수익이 줄어드는 기업을 보호하기 보다는 수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장려하는 것이 성장률을 제고하는 길”이라며 “기업이 계단식 규제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선택하는 모순이 사라질 수 있도록 기업성장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우리나라는 기업의 자산규모가 커짐에 따라 공정거래법 등 규제가 비약적으로 느는 나라다. 실제로 김영주 부산대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등 12개 법률에서만 343개의 계단식 규제를 찾아낸 바 있다.대한상의는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구체적 계단식 규제를 지속 발굴해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K성장 시리즈’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
기업규제는 더 쎄고 촘촘하게 … 경제형벌 8403개
- ▲ ⓒ연합뉴스
기업 수익성 하락 속에도 규제는 더 쎄고 촘촘해 졌다. 자산 1억원당 420만원의 이익을 내던 한국 1000대 기업의 수익성은 220만원으로 반토막 난 반면 경제 관련 법률 속 형사처벌 조항은 8400건을 넘어섰다.산업계는 고비용·저수익 구조 속 규제까지 촘촘히 강화되면 투자와 고용의 선순환이 끊길 수 있다며 고성장·고수익형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형벌 합리화로 성장할수록 규제가 더해지는 계단식 규제에 따른 기업의 ‘피터팬증후군’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같은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경제 관련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8403건의 위반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것으로 집계됐다.이 가운데 7698개(91.6%)는 양벌규정이 적용돼 법 위반자뿐 아니라 법인도 동시에 처벌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처벌 항목의 평균 징역 기간은 4.1년이며 평균 벌금 액수는 6373만원이었다.법 위반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은 2850개(33.9%)에 달했다. 중복 수준별로는 2중 제재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로 집계됐다.일례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만으로도 담합 합의로 추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이 병과될 수 있으며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면 최대 4중 제재가 가능하다.또 건축법에 따르면 사전 허가 없이 도시지역에서 건축(신축·증축·개축 등)하거나 건폐율 및 용적률 기준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점포 앞 테라스, 외부 계단 가림막용 새시(경량 철골) 및 아크릴판 설치 등 영업 편의 목적의 경미한 구조물 변경도 법적으로는 '증축'으로 간주해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임시로 설치하는 가설건축물을 허가나 신고 없이 건축하는 행위도 형사처벌 규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미한 사안이라도 허가·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즉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다.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자가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더라도 기재·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기업 현장에서는 실무자의 단순 업무 착오, 친족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실제로 대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경쟁법상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중대 위반에 한정하여 형사처벌을 운용하고 있어 현행 규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가 있다는 게 한경협 측의 설명이다.아울러 한경협은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과 같은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의 경우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 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