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연속 내부 발탁 … 기업은행도 ‘내부 승계’ 압력 커져'김형일·시석중' 양강 구도 형성, 물밑 경쟁 본격화낙하산 우려 속 조직 안정·정책 연속성 ‘최우선’ 판단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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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각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수장이 모두 확정되면서 마지막 남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차기 행장 인선이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두 은행이 연이어 내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발탁한 만큼, 기업은행 역시 '내부 승계론'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로선 김형일 전무이사와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임 후보로 꼽히며 물밑 경쟁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산은·수은 연속 '내부 승진' … 기업은행도 흐름 이어가나최근 국책은행 인선 기조는 '연속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9월 산업은행은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11월 수출입은행은 황기연 상임이사를 각각 회장·행장으로 임명했다. 두 기관 모두 창립 이래 첫 '연속 내부 승진' 사례로, 정책금융기관 내 전문성 강화와 조직 안정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박상진 산은 회장은 1990년 입행해 구조조정·정책금융 분야를 두루 경험한 '산은맨'으로, 본점 이전 갈등과 인사 피로감으로 흔들리던 조직을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기연 수은 행장 역시 1990년 입행해 리스크관리·디지털금융을 담당한 정통 '수은맨'으로 꼽힌다.이처럼 두 국책은행이 잇따라 내부 출신을 선택하면서 기업은행도 동일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 만료된다. 김 행장은 2023년 취임 이후 중소기업 대출 확대와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임기 연장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은행장 연임은 드문 데다가, 올해 초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현재 유력 후보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가 거론된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온 김 전무는 1992년 입행해 약 30년간 전략기획부장·글로벌사업부장·경영지원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조직 내 이해도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높아 '전략통'으로 불리며 은행 내부의 신망을 받고 있다.IBK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역시 기업은행 내부 출신으로 기업고객부장·인천지역본부장과 마케팅그룹장(부행장) 등을 지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서 직능본부 총괄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내부 연속 vs 외부 쇄신 … "정책금융의 균형이 관건"기업은행은 정책금융 특성상 기획재정부가 최대 주주(지분 59.5%)이며,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정부 의중이 인선 방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금융 기조와 정무 환경이 맞물려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다만 '내부 연속성' 기류 속에서도 '외부 쇄신 카드'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금융 기능 강화 기조에 따라 기재부·금융위 출신 관료 인사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면서 현재 외부에 있는 시 이사장의 발탁을 점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건국대 출신으로 정치권 인맥이 두텁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외부 출신 하마평에 꼽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도 전 부위원장은 금융정책국장, 금융소비자국장 등을 지내며 중소기업 및 정책금융 분야를 총괄한 인물이다. 현 정부 싱크탱크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책 연속성 카드'로 꼽힌다.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정부의 인사 기조가 '낙하산형 외부 인사'보다 '조직 중심 안정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실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내부 기용은 각각 이전 정부의 외풍과 노사 갈등을 수습한 결과로 평가받는다. 무리한 외부 인사 투입보다는 조직 관리와 현장 대응력을 중시한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외부 인사 투입 가능성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보인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며 "정치적 코드 인사가 반복된다면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혁신금융, 민생자금 등 정책금융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라며 "산은·수은처럼 내부 리더십을 통한 안정과 연속성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