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원 아시아 심사위원 인터뷰파니카 봉사얀 TBWA 태국 CEO "솔직한 진실과 보편적 유머로 스토리텔링""좋은 캠페인, 감탄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져야… 단, 절대 지루해선 안돼""과거의 성공으로는 오늘의 문제 해결할 수 없어… 새롭고 의미있는 방식 찾아야"
  • ▲ 파니카 봉사얀(Phannika Vongsayan) TBWA 태국 CE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파니카 봉사얀(Phannika Vongsayan) TBWA 태국 CEO.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황당하면서도 과장된 상황,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불가한 웃음을 주는 태국의 광고 스타일은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특유의 광고 문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드는 것은, '치밀한 전략'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에 기인한다. 사회적, 문화적 장벽을 뛰어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태국식 유머 코드'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브랜드브리프는 최근 2025 원 아시아 심사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파니카 봉사얀(Phannika Vongsayan) TBWA 태국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를 만나 태국이 '웃긴 광고'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공유했다.

    먼저, 파니카 CEO는 태국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는 독특한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태국 사람들은 일상의 한계와 어려움을 유머러스하게 받아 들이고, 이를 창의적으로 버텨내는 법을 배워왔다"며 "그게 항상 좋은 방식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안에는 늘 솔직한 진실이 있고 예기치 않게 '빵' 터지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어쩔 수 없지, 인생이 원래 이런 거잖아(shit happens)'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유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이상하고 스트레스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유머와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아이디어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태국 광고의 스토리텔링은 이 둘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문화적 장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상 속 문제들을 어렵고 무겁게 바라보기보다는, 웃긴 동시에 따뜻한 감정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태국 광고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파니카 CEO는 "태국이 글로벌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경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국가들 주변에서 단지 '장식적인 존재'로 머물 위험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태국은 보편적인 진실을 바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태국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더 광범위한 프로젝트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등 더 넓은 지역 단위의 프로젝트를 통해 태국의 경제 규모를 뛰어 넘어 글로벌에서도 영향력을 미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 파니카 CEO는 올해 원 아시아 심사에서도 '유머' 코드를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결합시킨 캠페인들에 주목했다. 

    P&G의 '팬틴 펫 핏(Pantene Pet Pit)' 캠페인(그레이 홍콩(Grey Hongkong) 대행)은 중화권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행하는 '망고 씨 키우기' 트렌드를 브랜드의 강점과 결합시켰다. 망고 씨에 묻은 과육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말리면서 솔로 닦아주면 복슬거리는 망고 털을 만들 수 있는데, 팬틴은 망고 씨에 자사 헤어 컨디셔너 제품을 발라 '찰랑거리는' 망고 씨를 완성해 보여줬다. 이를 통해 팬틴은 미디어 홍보 없이 중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레드노트(샤오홍슈)'에서 컨디셔너 1위 점유율을 기록했다. 

    파니카 CEO는 "사람의 머릿결을 한 번도 등장시키지 않는 대담한 시도를 글로벌 대기업이 감행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며 "또한, 중국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망고 씨 키우기' 트렌드를 교묘하게 포착하고, 이를 브랜드와 유연하게 연결시킴으로써 사람들이 브랜드와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으로는 태국 금융 서비스 '크룽스리 퍼스트 초이스(Krungsri First Choice)'의 'Patient(환자)' 캠페인(레오 태국(Leo Thailand) 대행)을 꼽았다. 이 캠페인은 악어에게 머리를 물려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그저 무심하게 '기다리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병원 접수 창구를 보여주며, '우리는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강조한다. 

    파니카 CEO는 "이 작품은 정말 유쾌하고 재치 있어, 볼 때마다 모든 심사위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며 "뿐만 아니라, 내가 광고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실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사람들을 진심으로 설득하고 연결하는 힘을 보여준 광고"라고 호평했다. 

    그는 "미친(crazy) 캠페인,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 기억에 남는 캠페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심해야할 것은 절대 지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또한 그 캠페인이 심사위원들을 감탄시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진정으로 연결되고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훌륭한 크리에이티비티는 비즈니스에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 ▲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 파니카 봉사얀 TBWA 태국 CEO(좌측 3번째).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 파니카 봉사얀 TBWA 태국 CEO(좌측 3번째). ©2025 ONE Asia(윤용기 포토그래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니카 CEO는 "우리는 소비자 행동 변화에서부터 팬데믹까지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겪어 왔고, 이는 브랜드가 에이전시에 기대하는 바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과거의 성공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변화를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해서도 안된다"고 못박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TBWA그룹의 핵심 가치인 '디스럽션(Disruption, 파괴, 분열)'을 강조하며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울림을 줄 수 있는 새롭고 의미 있는 방식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매년 주요 거점 시장을 순회하는 원 아시아 심사위원단은 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 모여 심사를 진행했다. 원 아시아 최종 수상자는 오는 11월 19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