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 진행 예정롯데그룹 '비상경영체제' 및 AI로 인한 환경 변화 여파"AI로 인한 조직 개편, 도미노처럼 번지지 않을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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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홍기획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이 다음달 초 조직 개편에 나선다. 롯데그룹이 유통과 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조직 개편과 자산 매각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대홍기획도 그 파장을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26일 브랜드브리프 취재 결과, 최근 대홍기획은 일부 리더급 직원들에게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이번 구조조정 대상자는 일부 저성과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별로 불필요한 인원을 정리하는 대규모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효율화를 위해 일부 팀을 통폐합 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홍기획 내부 인력 충원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특별한 이유 없이 기존 광고주의 광고 비딩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이미 몇 달 전부터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며 "다음달인 6월 첫째주 정도에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홍기획은 비계열 광고주 수주 경쟁이나 공공 쪽 입찰에도 공격적으로 참여하는 등 종합 광고대행사 중 영업에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수동적으로 바뀐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내부에 어떤 기조 변화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대홍기획의 구조조정에 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롯데그룹이 AI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대홍기획도 'AI 스튜디오' 조직을 신설하는 등 AI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광고 업계에 '충격'에 가까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 왔다. 특히 카피라이팅과 아트디렉팅은 감성과 창의성에 기반을 둔 인간의 고유 영역이었지만,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고 제작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것은 물론 완성도까지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점차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기존에는 AE,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미디어 플래너 등 다수의 인력이 협업하는 구조였지만,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1~2인만으로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그 결과, 조직 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유연한 구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업계 관계자는 "광고대행사에서 경영효율화를 가장 빠르게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인력 감축 뿐"이라며 "최근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홍기획의 구조조정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다른 대행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대홍기획은 제일기획, 이노션, HSAD에 이은 국내 4대 광고회사로, 지난해 광고 취급액은 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중소규모 대행사들의 잇따른 파산과 폐업이 이어지는데다, 주요 기업들이 광고 마케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국내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대홍기획의 이같은 분위기에 국내 광고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최근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 여파로 삼성과 현대차, LG전자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계열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이노션, HSAD 등도 자연히 실적에 압박을 받게 됐고 국내 광고 업계는 더욱 위축된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세계 1위 광고대행사인 WPP를 비롯해 퍼블리시스(Publicis)와 옴니콤(Omnicom), 인터퍼블릭그룹(IPG) 등 글로벌 광고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도입 이후 효율화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속속 진행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그 흐름이 도미노처럼 번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광고 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영진 입장에서 인력 감축은 가장 효율적인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광고대행사 특성상 업무의 연속성과 광고주와의 신뢰 구축이 핵심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조직에 영구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
- ▲ 김덕희 대홍기획 대표. ©대홍기획
대홍기획 관계자는 브랜드브리프에 "현재 인원 감축이나 조직 개편과 관련해 계획하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한편 지난 3월 1일 취임한 김덕희 대홍기획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덕희 대표는 대홍기획의 첫 외부 영입 여성 대표로, 조직 안팎의 기대와 상징성을 동시에 짊어진만큼 앞으로의 경영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