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증권사 환율 담당자 소집 '서학개미' 해외주식 매수 폭증장 시초 환전 수요 집중 대응 나서 "MAR 활용·실시간 환전 검토" 주문업계 "비용 전가·시스템 과부하"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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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요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을 긴급 소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의 매수세가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증권사들의 달러 조달 방식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은행, 국민연금, 수출기업에 이어 증권사까지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증권사 회의에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주요 수출 대기업을 불러 환율 상황을 점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수출기업 재무담당자들이 참석해, 달러를 시장에 조금 더 내놓거나 환전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논의했다.지난 24일에는 기획재정부·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도 공식 출범했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달러를 시장에 내놓거나 해외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의미다.당국이 증권사를 타깃으로 삼은 배경에는 기록적인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누적 순매수액은 약 292억 달러(약 43조원)로, 지난해 연간 규모의 2.8배에 달한다. 특히 10월 한 달에만 약 68억 달러를 순매수하며 통계 작성 이후 월간 최대치를 경신했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작동하는 증권사의 '통합증거금' 시스템이다. 투자자가 보유한 원화로 해외주식을 바로 주문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는, 증권사가 결제일에 맞춰 내부 상계(Netting) 후 부족한 달러만 매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증권사들은 효율성을 위해 주로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인 오전 9시에 달러 매수 주문을 집중하는데, 당국은 이것이 장 초반 수급 쏠림을 유발해 환율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린다고 판단했다.이에 당국은 회의에서 특정 시간대가 아닌 하루 평균 가격으로 정산하는 '시장평균환율(MAR)'을 활용하거나, 주문 즉시 환전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분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업계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적용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시간 환전으로 전환할 경우 상계(Netting) 처리가 불가능해져 환전 수수료 절감 혜택이 사라지고, 이는 결국 투자자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