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2.4%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최근 원화 약세가 향후 물가 경로에 어떤 추가 압력을 줄지에 ‘경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원 물가는 대체로 예상 범위 안에 들어왔지만, 환율 상승이 석유류를 중심으로 수입물가에 미치는 효과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2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11월 소비자물가 동향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김 부총재보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물가가 두달 연속 2% 중반의 상승률을 보이고 생활물가도 높아진 만큼, 향후 물가 상황을 경계심을 갖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9월 2.1%에서 10월 2.4%로 올라선 이후 두달 연속 같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헤드라인 물가를 떠받치는 구조가 이어진 가운데, 식료품·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는 2.2%에서 2.0%로 낮아졌다.

    한은은 11월 물가 흐름을 “기조는 안정, 변수는 환율”로 요약한다. 서비스 가격 조정과 공업제품(석유류 제외)·전기·가스·수도요금의 완만한 상승에 힘입어 근원물가는 목표수준(2%)에 근접했다. 여행 관련 개인서비스와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가격이 명절 이후 되돌림을 보이면서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3%까지 둔화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2.6% 수준에서 뚜렷한 불안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는 여전히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해 10월(3.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수확기 기상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5.4% 뛰었고, 축산물(5.3%), 수산물(6.8%)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생활물가를 직접 자극했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10월 2.5%에서 11월 2.9%로 올라 서민 체감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석유류 물가는 환율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10월 배럴당 64.3달러, 11월 63.8달러 수준까지 내려왔음에도 국내 석유류 가격은 9월 2.3%, 10월 4.8%에 이어 11월 5.9% 상승으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환율 상승과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겹치면서 국제유가 하락과 괴리를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