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미 FTA 공동위서 농식품·플랫폼 등 비관세장벽 조율 농산물 검역절차 개선·정밀지도 반출·지재권 등 주요 협상 의제 US 데스크 두고 농업계 우려 … "美, 단계적 압박 수위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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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위원회 위원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1차 통상추진위원회' 주재했다. ⓒ산업통상부
정부가 미국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포함한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로 연내 비관세 장벽 관련 협상에 착수한다.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비관세 장벽 해소를 압박해 온 식품‧농산물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등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아직 구체적 협상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산업통상부는 관계부처와 한미 비관세장벽 협상 준비에 돌입했다. 산업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열고 비관세 분야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비관세 장벽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율에 나서게 된다.대통령실이 지난 14일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구체적으로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 농업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미국 신청 건의 지연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할 미국 데스크(US Desk) 설치 등이 담겼다.정부는 쌀·쇠고기 등 주요 민감품목은 추가 개방 대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 논의와 미국 데스크 설치가 공식화되자 농업계에서는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농산물 검역 절차가 속도를 내면 미국산 과채류 수입 일정도 앞당겨지면서 실질적 추가 수입 개방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이와 관련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검역단계를 줄이진 않더라도 농산물 검역에 속도를 낼 수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며 "US 데스크를 계기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이와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US 데스크를 설치하고 LMO 검역 절차를 효율화하는 등 내용은 절차 개선 문제일 뿐"이라며 "비관세 장벽에 대한 표현 때문에 시장이 개방되는 사항은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다.그럼에도 미국은 그동안 유전자변형작물(GMO) 승인 속도와 수입 승인 지연 문제 등을 대표적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하며 불만을 제기해온 만큼, 정부 설명처럼 US 데스크를 협력·소통 강화 합의의 상징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불거진다.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US 데스크가 신설되면서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빠르고 쉽게 처리될 수 있는지에 대한 미국 측의 질문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특별하게 개방과 관련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어 "US 데스크 설치 이후에도 실질적 변화가 없을 경우 미국 측이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측도 미국산 수입 검역에 더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밖에 없어 절차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결국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지금 한미 통상 협상은 이렇게 잘됐지만 그다음 단계에는 어느 나라에서건 계속 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농업 자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등을 비롯한 주요국의 농산물 추가 개방 압박 가능성을 정부 측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또 한미는 팩트시트에서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등을 포함한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합의했다.미국 기업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1대5000 축척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지만 팩트시트 발표 전인 11일 세번째 보류 결정을 받았다. 구글 측의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설명이다. 이에 미국 상공회의소가 이같은 한국 정부의 보류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구글 역시 반발하고 있다.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동일한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안보 논란이 예상되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산업계의 반발도 불가피하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측의 비관세장벽 완화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농산물 검역, 지도 반출 등은 정부가 숙지하고 있는 사안으로, 협상단에서 우리가 어느 수준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 등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다른 이슈 등도 이야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팩트시트에 나온 비관세 관련한 양측의 합의사항 이행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