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신영섭 대표에 'R&D 전문가' 함은경 대표 '투톱' 구축신 대표, 사상 최대 영업실적에 재무구조 개선까지 '밸류업' 달성함 대표,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 통해 효율적 R&D 전략 마련 기대외형 성장-내실 제고에 성장동력까지 … "선순환 구조, 공고히 할 것"
  • ▲ 함은경 JW중외제약 신임 대표이사. ⓒJW중외제약
    ▲ 함은경 JW중외제약 신임 대표이사.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이 'R&D 전문가' 함은경 JW메디컬 대표이사를 경영일선에 내세웠다. '영업통'인 기존 신영섭 대표와 투톱 체제다. 사업본부 대표와 R&D 대표의 투톱 체제는 앞서 2019년부터 3년간 신 대표와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한 이성열 전 대표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3년간 신 대표의 단독대표체제 아래에서 뛰어난 영업실적과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기록한 가운데 R&D 부문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자 함은경 신임 대표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JW중외제약은 함 JW메디컬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함 대표가 사내이사에 오른 지 약 9개월 만이다.

    함 대표는 서울대 약학과 출신으로,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JW바이오사이언스, JW메디칼, JW생명과학 대표 등을 두루 거치면서 39년 경력의 '정통 중외맨'으로 알려졌다.

    2017년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선임 당시에는 JW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기록되기도 했다.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JW생명과학 대표 자격으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당시 다년간 그룹 중역으로 근무하며 쌓은 경영역량과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할 적임자라는 평을 받았다.

    최근 신약 자회사 C&C 신약연구소 대표로도 선임돼 R&D 총괄 자리도 맡고 있다. JW중외제약이 신약 기초개발에서 사업화 쪽으로 R&D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JW중외제약 측은 이번 대표 선임은 경영전문성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각자대표체제 전환을 통해 핵심 역량별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전문가로 평가받는 신 대표는 대내외 영업과 마케팅을 주력하고, 함 신임 대표는 R&D 및 관리·운영업무를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전략을 이끌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JW중외제약은 사상 최대 실적 랠리와 안정적 재무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R&D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 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수익 구조가 완성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적응증 확대나 신약후보물질 발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JW중외제약의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AI 기반 신약 R&D 플랫폼 'JWave'에 기반한다. 이 플랫폼은 JW중외제약의 유전체와 화합물 데이터베이스, 자체 개발한 주얼리·클로버 등 AI 모델을 하나로 통합한 신약개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기반은 외부 기술도입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R&D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항암, 면역질환, 심혈관 및 대사질환, 재생의료, 희소질환, 안질환, 소화기계까지 다양한 적응증으로 연구범위를 넓힌 토대가 됐다.

    하지만 현실적 투자여건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전략은 기대와 달리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정된 자원으로 다수의 연구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다 보니 의사결정은 더뎌졌고, 임상개발에도 속도가 붙질 않았다.

    실제 15년 연구의 결실인 통풍치료제 '에파미뉴라드(URC-102)'의 글로벌 3상을 제외하면 JW중외제약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최근 5년 내 연구가 본격화된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자산화내역을 보면 명확하다. 작년 기준 자산화한 연구개발비는 135억원으로, 전체 연구개발비의 27.1%를 차지한다. 임상 3상 시점의 자산화된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기준 누적 336억원 규모다. 이 중 신성 빈혈치료제 JT-JTZ-951이 85억원, URC-102가 251억원 규모다.

    신성 빈혈치료제가 2021년 3상 종료 후 약가 산정 과정에서 상업화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자산화한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이 통풍치료제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힘을 쏟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통풍 외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개발 전략이 불투명하다. 2018년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에 4억200만달러(약 593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던 아토피 피부염치료제 'JW1601' 정도가 유일하다.

    다만 이 역시 2상에서 유효성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2023년 권리가 반환됐고, 현재 안질환을 새로운 적응증으로 설정해 자체 후속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JW1601은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경구용 신약후보물질이다.

    이외에도 STAT3 표적 항암제 JW2286, 탈모치료제 JW0061 등이 자체 플랫폼을 통해 발굴한 대표 후속 파이프라인이다. 그러나 아직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 JW 과천 사옥. ⓒJW중외제약
    ▲ JW 과천 사옥. ⓒJW중외제약
    통풍치료제의 3상과 상업화라는 과제가 남아있는 가운데 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후속 파이프라인이 늘어나면서 연구개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개발 중심으로 전환한 그룹의 R&D 기조와 함께 효율적인 사업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내부 R&D에 집중하면서 매출 규모에 비해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의 실질적 사업개발 성과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각자대표체제 전환에 앞서 JW중외제약은 강진석 신약연구센터장을 CRO(최고연구책임자)로 선임하면서 핵심 연구인력을 전면에 배치했다. R&D 역할을 신약 주기별로 세분화해 독자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또 그룹의 R&BD 자문역으로 김선영 전 헬릭스미스 대표를 영입한 것도 개발 중심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선영 전 대표는 JW중외제약의 주요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해외 학회 등을 활용해 직접적인 IR 및 BD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측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국책과제 선정을 비롯해 기초연구분야부터 R&D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내부조직 강화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JW중외제약은 사상 최대 연간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3분기 누계 매출은 5763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 7193억원의 80.1%를 이미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790억원으로, 전년도 실적 824억원의 95.7%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종전 최고 실적이었던 2023년 매출 7485억원, 영업이익 1003억원을 추월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의약품(ETC)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 △고용량 철분주사제 '페린젝트' △종합영양수액제 '위너프' △경장영양수액제 '엔커버' 등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리지널 전문의약품의 견조한 성장세로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내실도 탄탄해졌다.

    유동부채가 3분기 기준 최근 10년새 최저치로 줄어들면서 유동비율은 150%를 기록, 전년 141%에 비해 9.10%p 개선됐다. 3분기 기준 2018년 166% 이후 최고치다.

    부채비율의 경우 호실적에 따른 자본 확충으로 최대 자본총계(3540억원, 전년대비 +16.5%)와 채무 저감에 따른 부채 감소(2574억원, 전년대비 -22.7%)가 복합 작용하면서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72.7%를 기록했다.

    JW중외제약은 기존 고수익 제품을 기반으로 R&D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경쟁력을 갖춘 오리지널 의약품과 수액제 부문의 매출 증가가 실적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R&D 투자 기조를 지속해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