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AI 활용하니 업무시간 절반 '뚝' 온사이트 LLM 기반…개인정보 유출 차단·기록 정확성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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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의사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던 행정 업무, 이른바 '퇴실 기록'을 대신 작성해주는 인공지능(AI)이 세브란스에서 개발됐다. 시간에 쫓기는 응급실 환경에서 의사들이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로 정확성과 보안성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김지훈 교수,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유승찬 교수, 의학과 4학년 송지우 학생 연구팀은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응급실 퇴실 기록 자동 작성 AI '와이낫(Y-Knot)'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 10.5)' 최신 호에 게재됐다.

    응급실 의사들은 내원 사유, 검사 결과, 처치 내역, 경과, 전원 여부, 퇴실 결정 사유 등을 담은 응급환자진료기록부(퇴실 기록)를 의료법에 따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위해 필수 절차지만 빠르게 환자가 밀려드는 응급실 특성상 업무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토대로 기록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AI를 설계했다. 의사는 생성된 초안을 검토·수정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작성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 LLM 기반 도구와 달리, 이번 모델의 핵심은 병원 내부망에서만 작동하는 '온사이트(on-site) LLM' 구조다.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아 환자 건강정보 유출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또한 경량 트랜스포머 모델인 'Llama3-8B'를 적용해 내부 서버에서도 속도·성능 저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400병상 규모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6명을 대상으로 실사용을 해보니 AI 사용 시 기록 작성 시간은 기존 69.5초에서 32.0초로 50% 이상 단축됐다.

    품질 평가에서도 AI가 만든 기록지는 완전성, 정확성, 간결성, 임상적 유용성 등 4개 지표 모두에서 의사 수기 작성 기록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지훈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AI 모델을 활용한 응급환자진료기록지 작성이 속도와 품질 면에서 기존 수기 작성보다 훨씬 우수했다"며 "내부망 기반이라 환자정보 안전성까지 확보돼 진료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는 "응급의학과뿐 아니라 다른 진료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현재도 보완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전문의의 최종 검토는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