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환율… 고물가·소비 위축 우려 확산수수료 인하·카드론 규제 겹쳐 수익성 방어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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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현대카드
"달러당 1470원에서 백마고지처럼 뺏고 뺏기는 일진일퇴. 이 고지 양쪽에는 평야가 있어서 1300원대 또는 1500원대로 직진하는 분기점인가 보다."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이 표현은 현재 환율 국면을 둘러싼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해당 게시글에서 "환율은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여서 전광판만 바라볼 뿐"이라며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카드업계를 대표하는 CEO(최고경영자)가 공개적으로 환율에 대한 체감 부담을 언급한 것은, 고환율이 단순한 시장 변수를 넘어 경영 전반을 압박하는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정규장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470.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치다. 단기 등락을 넘어 높은 환율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카드업계 전반에서도 내년 환율 환경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카드업계가 고환율 국면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수익성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반복되면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이를 보완하기 위해 카드론 확대에 나섰지만, 지난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고 6·27 가계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카드론을 통한 추가 수익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며 카드사들의 수익 방어 여력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에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롯데·현대)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797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216억원) 대비 15.27% 급감했다.다만 이 가운데 현대카드는 순이익이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우량 회원 중심의 신용판매 확대와 프리미엄 카드·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판매 취급액은 86조6506억원으로,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그나마 실적 방어에 성공한 현대카드의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고환율 환경을 경계하고 나섰다는 점은, 현재 카드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의 크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을 통한 소비 둔화, 카드 이용 감소, 연체율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업은 가계 소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경기와 물가 충격이 실적에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다.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카드사들의 경영 불확실성도 확대된다. 박리다매 구조인 카드업 특성상 작은 비용 변화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환율이 출렁일 경우 해외결제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차손 위험과 외화 자산·부채 평가손익 변동성이 동시에 커진다. 이 때문에 분기별 실적은 물론 연간 손익에 대한 예측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현대·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의 3분기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외화표시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대한 환율변동효과'는 –71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0억원 악화됐다.외화 조달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은행과 같은 예금 기반이 없는 카드사들은 해외결제 정산과 유동성 관리를 위해 외화 조달을 병행하고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는 외화 조달 비용과 환위험 관리 비용이 함께 늘어나면서 수익성을 추가로 압박할 수밖에 없다.업계 관계자는 "외화 차입 시에도 통화 스왑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둔 상황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고, 환율은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을 주시하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정 부회장의 '백마고지' 비유는 고환율 장기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카드업계의 위기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든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분기점에 서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통제하기 어려운 환율 환경을 전제로 한 방어적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