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개입·세제 인센티브 동시 가동단기 불안 진정, 구조적 우려는 여전연말 거래량 감소 속 정책 효과 극대화연초 재상승 여부가 진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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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넘어서자 정부와 외환당국이 사실상 '올인'에 가까운 대응에 나섰다. 국장급 공동 구두개입에 이어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를 겨냥한 세제 인센티브까지 동시에 가동되면서, 환율은 단숨에 1450원대까지 급락했다. 연말을 앞두고 고환율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을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4.9원에 출발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개장 직후 외환당국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동 메시지를 내놓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환율은 계단식으로 하락하며 장중 한때 1450원대 초반까지 밀렸고, 전 거래일 대비 33.8원 내린 1449.8원에 마감했다.◆ 말에서 행동까지…연말 앞두고 '전면전' 양상이번 대응의 특징은 메시지의 강도와 정책 동원 범위다. 국제금융을 총괄하는 국장급 인사가 직접 나서 구두개입에 나섰고,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정책 실행 능력까지 언급하며 시장에 사실상의 경고를 보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해외 주식을 매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개인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아 원화로 환전한 뒤 국내 시장에 투자하면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이다. 해외 투자 확대가 외환 수급 불균형을 키웠다는 판단 아래, '규제' 대신 '당근책'으로 자금 흐름을 되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이날 외환시장은 사실상 동시다발적 정책 공세에 노출됐다.◆ IMF 평균 웃도는 환율 … 수준 자체가 경고 신호당국이 강수를 둔 배경에는 환율 수준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9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연평균으로는 1394.9원에 그쳤다. 반면 최근 환율은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1480원 안팎에서 장기간 머물며 IMF 시절 평균을 웃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않는 국면에서도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점은 구조적 취약성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의 실질 가치를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며, 환율 상승이 단기 심리를 넘어 누적된 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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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환율 여파, 심리·실물로 확산고환율의 부담은 이미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한 달 새 2.5포인트(p) 하락했다. 특수 요인을 제외하면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낙폭이다. 현재 경기 인식과 향후 경기 전망 지수가 큰 폭으로 낮아지며 체감경기 냉각이 분명해졌다. 환율 변동성과 생활물가 부담이 소비 심리를 직접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외환보유액의 실질적 방어력 역시 논쟁거리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300억달러로 절대 규모는 크지만, 연간 수입액 기준으로는 약 7개월분 수준에 그친다. 일본과 중국이 14~17개월분 수입을 감당할 수 있는 외환 완충력을 가진 것과 대비되며,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안정 가능성 … '단기 처방' 경계도전문가들은 당국이 적시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며 연말까지 환율 불안을 진정시킬 여지는 커졌다고 평가한다. 거래량이 줄어드는 연말 국면에서 고점 인식이 확산되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나 추가 급등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다만 이번 하락을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달러 흐름이 다시 강세로 돌아서거나 위험 회피 심리가 재부각될 경우 환율이 재차 반등할 여지도 남아 있다. 정책이 환율 '레벨 관리'에 집중될수록 시장이 당국의 방어선을 시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나 위험 회피가 유지되면 되돌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엔 캐리 청산에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안정에 가깝다"며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투자 매력 저하라는 구조적 요인을 건드리지 않는 한 고환율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