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80원 돌파 … 자본비율·건전성 부담 가중원화 약세 고착화 우려 … 연말 은행권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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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연합뉴스
연말 금융시장이 고환율이라는 불확실성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과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돌파하며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환율 급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에서는 외환 손익을 넘어 자본 적정성 전반에 대한 경계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올해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21.4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의 연평균 환율(1394.9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원·달러 연평균 환율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환율 상승 국면에서 은행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외화 자산·부채의 원화 환산 규모 변화다. 환율이 오를수록 외화 부채의 원화 기준 금액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는 구조다. RWA가 늘어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곧바로 자본 여력과 건전성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실제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RWA은 1449조30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말 기준 1417조1013억원과 비교해 약 2.3% 증가한 규모다.금융권에서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약 0.01~0.03%포인트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외환 손익을 넘어 자본비율 관리 전반에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특히 연말 결산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은 은행권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은행들은 연간 실적과 함께 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이라는 외생 변수가 자본 관리 전략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자금 이동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원화 약세 흐름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총 508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에 공급하겠다는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규제 기준을 웃도는 자본완충력이 고환율 환경과 맞물려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가 은행권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압박과 정책금융 확대 부담이 동시에 겹치며, 은행권이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생산적금융 중 융자부분은 기존 기업대출과 유사하고, 국민성장펀드와 그룹자체 투자분의 경우 평균 20조원(향후 5년) 규모로 위험가중치 250% 적용 시 연간 보통주자본비율 28bp 내외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은 단기간 급등 자체보다 높은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더 큰 문제”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 흐름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