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 11월 산업활동동향 발표반도체 생산 7.5% 증가에 산업생산 반등 설비투자 1.5%↑·건설기성 6.6% ↑소매판매 3.3% '뚝' … 준내구재·비내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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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월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민생지원 소비쿠폰 결제 가능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13조원 규모의 민생 쿠폰을 뿌린 지 한 달만에 국내 소비가 21개월 만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 순간의 돈 뿌리기 정책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반도체 덕분에 산업생산이 나아졌다지만, 우리 경제의 '반도체 착시'를 새삼 확인시켜줬을 뿐이다.정부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소비 진작을 명분으로 다시 한번 대규모 현금 지원금을 뿌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가의 재정 건전성만 악화할 뿐 근본적인 성장 잠재력을 끌어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3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최근 산업생산 증감률은 6월 1.6%, 7월 0.4%, 8월 -0.3%, 9월 1.3%로 오르내리다가 10월 들어 2.7% 감소했지만 다시 반등했다.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자동차(-3.6%) 등에서 생산이 줄었으나, 반도체(7.5%), 전자부품(5.0%) 등에서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다.서비스업 생산은 0.7% 증가했다. 도소매(-1.6%) 등에서 부진했으나 금융·보험(2.2%), 협회·수리·개인(11.1%) 등에서 생산이 늘어났다.문제는 소비다.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3% 감소했다. 지난해 2월(-3.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3%), 의복 등 준내구재(-3.6%),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0.6%)에서 판매가 줄어들었다.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 부진에 대해 "소비쿠폰 효과가 사라졌다기보다는 10월 소비 급증에 따른 역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라며 "긴 추석이 낀 10월에는 명절을 대비해 음식 판매가 늘었고, 때이른 한파로 패딩을 비롯한 의류 판매도 늘었다"고 말했다.정부의 설명은 이렇지만, 민생쿠폰이 결국 소비를 앞당기게 만들고 결국 국가 재정만 증발시켰다는 논리가 오히려 설득력을 지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소매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심의관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소비재와 직구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들 제품 소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2월에는 환율 상승폭이 더 커진 상황이어서 소비 위축이 더 커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금성 정책은 일회성 효과에 그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어려우며, 마치 길바닥에 물을 뿌리면 곧 증발해 사라지는 것과 같다"며 "환율이 물가에 직결되는 만큼 실제 국민 소비 여력은 그만큼 위축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투자는 반도체 덕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11월 설비투자는 전달 대비 1.5% 증가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6.5%)에서 투자가 줄었으나, 일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5.0%)에서 증가했다.건축·토목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6.6% 늘어났다. 토목(-1.1%)에서 공사실적이 줄었으나, 건축(9.6%)에서 공사실적이 늘어나면서다.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서비스업생산지수, 비농림어업취업자수가 증가했으나 내수출하지수, 광공업생산지수 등이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향후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계류내수출하지수, 건설수주액 등이 감소했으나, 코스피, 장단기금리차 등이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변동폭이 크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