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안정 끝나자 환율 재상승 … 수입 원가 부담 확대수입물가 오름세에 마진 압박 가중산지 다변화·프랜차이즈·면세업계 대응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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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에 육박하며 고환율 국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말 일시적 안정 국면이 끝나면서 환율 부담이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수입 원가와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유통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환율이 더 이상 금융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실적과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5원 오른 1477.2원에 개장했다. 1480원에 육박한 것은 지난해 12월24일(1484.9원) 이후 처음으로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영향으로 나타났던 연말 일시적 하락분이 대부분 되돌려진 모습이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실물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부담이 누적되고 이 영향이 시차를 두고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실제 수입 물가 흐름에서도 환율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5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2020=100)는 142.39로 전월(141.47) 대비 0.7%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로 2021년 5월부터 10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가장 긴 상승 흐름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곧바로 유통업계의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원가 부담이 커져도 소비 위축을 우려해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마진이 먼저 깎이는 양상이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대기업 유통사의 영업이익률이 약 0.3%포인트(P)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비용 압박은 이미 유통업계의 체감 경기에도 반영되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원가와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며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9로 집계돼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만 유일하게 112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반면 대형마트(64), 편의점(65), 온라인, 슈퍼마켓 등 대부분의 채널은 부진한 전망을 나타냈다.
  • ▲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연합
    ▲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연합
    문제는 고환율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역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환율 상승 기대 심리까지 겹치며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유통업계는 가격을 올리기엔 소비자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버티기엔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 저항이 크고 버티자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도 "환율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높은 환율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유통업계는 대응 전략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 위축 우려가 큰 만큼 가격 인상보다는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대형마트업계는 수입 비중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산지를 다변화하고 환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원자재와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역시 원가 구조를 재점검하며 생산지와 조달 방식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도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메뉴를 중심으로 공급 계약을 조정하거나 원가 부담이 낮은 메뉴 구성을 확대하며 가격 인상 압력을 분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면세점과 관광 및 호텔업계는 환율 환경을 활용해 외국인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면세 상품의 경우 환율 영향으로 일부 품목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단독 기획 상품이나 가격을 낮춘 제품을 전면에 배치해 수요 방어에 나섰다. 호텔과 여행사 역시 외국인 고객 중심의 상품 구성과 마케팅을 확대하며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하면서 기업들은 환율 변동을 일시적 충격이 아닌 고정된 경영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부담이 내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유통 기업의 선제적인 환리스크 관리와 수입선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