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850만명 시대, 관광객 유입 사상 최대 수준환율 1480원대 충격, 서울 도심 호텔은 버텼지만 지방·면세는 흔들려고환율 상수화에 소비 양극화 심화 … 외국인 중심 체질 전환 시험대
  •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뉴시스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뉴시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면세·호텔 업계의 명암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내국인 소비와 면세 실적은 오히려 위축되며 ‘방문객 증가와 실적 회복의 괴리’가 구조화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3일 기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85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실적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조4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매출은 2024년 기록한 14조2249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방문객 증가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환율이 꼽힌다. 고환율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늘리지만, 면세 중심의 쇼핑 소비는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면세점 상품은 대부분 달러 기준 가격으로 책정돼, 1년 전 1350원대 대비 체감 가격이 7~8% 상승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사도 예전만큼 싸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7.6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선을 위협했고, 최근 면세점 기준 환율도 1440원대로 1년 전(1350원대)보다 약 100원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 지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 외국인 면세 구매 인원은 9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내국인 구매 인원은 155만명으로 5.2% 감소했다. 

    외국인 유입은 늘었지만 1인당 구매 금액이 줄면서 매출 회복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1인당 면세점 매출은 2019년 127만원에서 지난해 1~9월 기준 88만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방한 외국인의 쇼핑 행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면세점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올리브영, 다이소 등 가성비 매장이나 체험형 소비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으며, 고가 상품의 경우 원화 약세 영향으로 면세점 대신 백화점을 찾는 경향도 확산하고 있다.
  • ▲ ⓒ야놀자리서치
    ▲ ⓒ야놀자리서치
    이같은 흐름은 호텔 업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야놀자리서치의 지난해 3분기 국내 숙박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수요 비중이 높은 서울 도심 4성급 호텔은 객실 점유율(OCC)이 80%대 초중반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객실 평균요금(ADR)과 객실당 매출(RevPAR) 역시 분기별 등락은 있으나 견조한 수준을 보이며 고환율 효과가 일정 부분 반영된 모습이다.

    반면 내국인 레저 수요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변동성이 크다. 

    부산은 2025년 들어 점유율이 70% 후반대까지 회복됐지만, ADR과 RevPAR은 서울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원과 제주는 성수기와 비수기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강원은 점유율이 30~60%대에서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으며, 제주는 성수기에는 실적이 반등하지만 비수기에는 빠르게 꺾이며 내국인 여행 수요 의존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 지역은 점유율이 60%대 후반에서 70% 초반을 오가며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ADR과 RevPAR 상승 폭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종합하면 고환율 국면에서 외국인 수요 비중이 높은 서울 도심 호텔과 일부 채널은 방어력을 확인한 반면, 면세점과 내국인 레저 수요 의존도가 높은 지역 관광·숙박업은 구조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 ▲ 인스파이어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 ⓒ최신혜 기자
    ▲ 인스파이어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 ⓒ최신혜 기자
    업계에서는 인바운드 관광객 소비에 대한 단기적 개선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일 갈등과 일본의 오버 투어리즘 대응은 한국 인바운드 반사 수혜 요인이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는 한 인바운드 증가와 면세 매출 증가 간 상관관계가 과거처럼 높게 형성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내국인 여행 소비의 체력 저하도 뚜렷하다. 

    컨슈머인사이트의 ‘2025~2026 국내·해외 여행소비자 행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행지 관심도는 2024년 TCI 87에서 2025년 85로 하락하며 2020년(90)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 여행지 관심도 역시 2023년 TCI 94를 정점으로 2024년 86, 2025년 77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부담과 글로벌 물가 상승이 겹치며 원거리·고비용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놀자리서치 관계자는 "2026년 내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약 3023만명으로 2025년 대비 2.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여행 수요의 ‘확대’라기보다 목적지와 소비 방식이 분화되는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라며 "환율, 물가, 비자 정책 등 외생 변수에 따라 국가별 수요 편차와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수로 굳어질 경우, 관광·유통 업계 전반에서 ‘외국인은 웃고, 내국인은 닫히는’ 양극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