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 모델링으로 임상 결과 예측 … 비임상-임상 단절 해소 의료기기·신규 모달리티까지 임상 확장 … "맞춤형 전략 제시"설립 2년여만에 손익분기점 달성 … 지난해 수주 100억 돌파
  • ▲ 조민근(왼쪽), 김희선 비엑스플랜트 대표. ⓒ정상윤 기자
    ▲ 조민근(왼쪽), 김희선 비엑스플랜트 대표. ⓒ정상윤 기자
    "제약사는 신약을 시장성, 허가 가능성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판단합니다. 반면 많은 바이오기업은 약효와 투자 가능성부터 보죠. 신약이 약이 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잡아야 끝까지 갈 수 있는데 중간 단계까지만 보고 개발을 진행하면 결국 그 수준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조민근 비엑스플랜트 대표는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바이오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임상 단계에서 좌초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데에는 임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비엑스플랜트는 개발부터 임상 전 과정을 아우르는 CDRO 기업이다. 기존 임상위탁(CRO) 업무에 R&D 브릿지에 기반한 전략적 임상개발을 접목했다. 단순히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임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임상에서 허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발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전임상부터 임상을 CRO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연구–비임상–임상 간 단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수한 후보물질이라도 임상 전략이 충분히 설계되지 않으면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 대표는 "바이오벤처는 연구 이후 임상을 CRO에 맡기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개발의 맥락이 끊긴다"며 "임상은 마지막 관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려해야 할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구를 진행하면 결국 그 단계까지만 가는 신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엑스플랜트는 이 단절 구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 단계에서 도출된 데이터가 비임상과 임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을 설계하고 개발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실제 비엑스플랜트의 고객사들이 최근 기술성 평가를 잇따라 통과하며 이른바 '기평 맛집'으로 불린다. 고객사인 카인사이언스와 넥스트젠바이오는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기술성 평가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필수 절차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핵심 기술력, 성장 가능성, 경영 전략 등을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두 개의 전문 평가기관에서 각각 A 등급과 BBB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비엑스플랜트의 핵심 경쟁력은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비임상-임상 연계 전략인 'MIDD(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다. 비임상 및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물학적·통계학적 모델을 구축해 임상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필요하면 비임상 단계에서 설계를 보완한다.

    조 대표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임상 결과를 예측했는데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비임상으로 돌아가 초기용량 등 여러 요소를 조절한 다음 임상에 들어간다"면서 "비용 부담 때문에 이 과정을 건너뛰고 임상에 들어가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희선 비엑스플랜트 대표는 "임상은 계획된 프로토콜을 그대로 수행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진행 중에도 이 임상이 성공할 수 있는지 계속 점검하고 조정하는 일"이라며 "환자가 모집됐다고, 결과가 나왔다고 끝이 아니라 그 결과가 허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의료기기, 차세대 모달리티로 임상 확장 … "맞춤형 전략이 중요"
  • ▲ 조민근 비엑스플랜트 대표가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조민근 비엑스플랜트 대표가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비엑스플랜트는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임상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임상 설계와 허가 전략이 훨씬 다양하다"며 "임상 단계에서부터 규제 환경과 사업화를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는 siRNA 등 새로운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임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엑스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siRNA 기반 치료제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성사시켰다. 김 대표는 "각 기술에 맞는 맞춤형 임상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제약사 경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임상에 필요한 최적의 조합을 조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엑스플랜트의 차별화 지점은 스스로를 CRO(임상수탁기업)가 아닌 CDRO(임상개발·수탁기업)로 규정하는 데 있다. 단순히 정해진 프로토콜을 수행하는 용역 조직이 아니라 개발 전략 수립부터 임상 운영, 글로벌 확장까지 전 과정을 설계하는 개발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CRO는 결국 CDRO로 가야 한다"며 "기능적인 업무만 하는 곳은 하도급 구조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을 비용으로만 보면 안된다"며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성공 확률을 높여 기업 가치를 키우는 임상을 설계하는 것이 CDRO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계약된 일만 수행하는 CRO와 달리 비엑스플랜트는 왜 이 임상을 해야 하는지부터 고객사와 함께 고민한다"며 "개발의 맥락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비엑스플랜트는 설립 2년여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수주 규모는 100억원을 넘어섰다. 회사 측은 외형 확장보다는 프로젝트당 완성도를 중시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조민근 대표는 "임상은 사람과 전략이 만드는 결과물"이라며 "인원을 늘려 물량을 처리하기보다 최소 인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엑스플랜트는 석사 이상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팀제를 운영하며 각 과제에 책임자를 명확히 두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비엑스플랜트의 중장기 목표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임상 개발을 총괄하는 글로벌 CDRO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 CRO들과 협력해 미국, 호주 등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희선 대표는 "글로벌 임상에서는 단순한 임상 수행을 넘어 전체 개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병원 선정부터 생산, 각각의 평가 변수에 대한 평가까지 임상 전반을 스폰서 관점에서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엑스플랜트는 자체 사업 성장과 함께 국내 CRO 및 바이오 산업 전반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단순 임상 수행을 넘어 개발 전략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과 함께 의약품 임상개발 전략과정을 운영했으며 한국바이오협회와 협력해 비임상–임상개발 부트캠프와 기술 사업화 전략 세미나도 진행했다.

    조민근 대표는 "개별 기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산업 전반의 개발 역량이 올라가야 CDRO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생태계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김희선 비엑스플랜트 대표가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희선 비엑스플랜트 대표가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