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실적, 목표 대비 30%대 수준…착·준공도 급감 공사비 인상·PF심사 강화·고금리 등 사업추진 걸림돌 재건축-재초환·재개발-이주비 '족쇄' 풀어야 숨통튈 듯
  • ▲ 서울 재건축사업 현장ⓒ뉴데일리DB
    ▲ 서울 재건축사업 현장ⓒ뉴데일리DB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민간 사업 현장의 여건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여건 악화 등 민간 사업 환경의 '3중 압박'이 공급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주택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며 공급 선행 지표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주택 인허가 실적은 당초 계획 대비 30%대 수준에 그쳤고 착공과 준공 물량도 과거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의 핵심 지역인 서울에서 선행 지표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도심 주택 공급 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비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 확대가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사업비 부담이 커진 데다 금융권의 PF 심사 강화와 조달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신규 착공과 공급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으나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세제·금융 정책과 정비사업 관련 규칙의 불확실성이 공급 확대의 부담 요인으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정책 기조에 따라 재초환 존치 여부와 부담금 산정 방식, 대출 규제 기조, 세제 운용 방향 등이 반복적으로 조정돼 왔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말 발표된 '1·29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은 정부 주도의 공급 확대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이주비 대출 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다.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다만 재개발과 재건축사업 모두 현행 규제가 사업 속도를 지연시키는 대표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제도 정비 필요성을 언급해 왔으나 구체적인 완화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개발 현장에서는 조합원 이주비 대출 문제가 오래전부터 공급 차질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주비는 세입자 보증금 반환과 임시 거주 비용 마련을 위한 필수 자금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다주택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0% 적용으로 사실상 대출이 막힌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인허가 이후에도 착공 시점을 늦추거나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43개 재개발·재건축 이주 예정 사업지 가운데 39개(약 3만1000가구)가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지에는 노원, 서대문, 강남, 송파 등 주요 지역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대출 규제로 일부 단지에서는 이주비 추가 대출을 건설사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자 부담 확대와 협상 난항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와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책도 자주 바뀌다 보니 사업성이 나오는 단지조차 착공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단기 대책보다 규제와 금융 여건을 포함한 구조적인 환경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