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작용 상실 … 전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 상향 평준화2023년 출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역시 '무용지물'비교공시 취지 무의미해진다는 '비판' … 소비자 갈아탈 대안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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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막고 금리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도입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제도가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소비자가 유리한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2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는 최근 수개월째 확대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최저금리가 4%대로 올라서는 등 대출금리는 내내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예금 금리는 여전히 연 2%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예대금리차 공시는 지난 2022년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자 마진이 높은 은행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른바 '낙인 효과'를 주고 자율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하지만 현재 금융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자정 작용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면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한 전 은행권이 동시다발적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고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당국의 규제에 더해 가계대출 연체율마저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 금리를 상향 평준화하고 있다.스마트폰을 통해 대출을 손쉽게 갈아타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 대출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한다며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당시 20만명 이상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500억 가까이 이자 부담을 줄였고, 이후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로 확대 시행됐다. 하지만 현재 대환대출로 얻을 수 있는 금리인하 폭이 대폭 줄어들면서 서비스를 이용할 명분이 사라진 상황이다.이처럼 전 은행권이 동일한 방향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환경에서는 '비교 공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시를 통해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을 확인하더라도 대환대출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금리가 낮은 곳으로 이동할 대안이 소비자에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은행권 역시 당국의 정책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으라는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있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책 엇박자 속에서 제도의 취지는 퇴색하고 금융소비자들만 예금 이자 하락과 대출 이자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상황이다.익명을 요구한 금융 전문가는 "지금처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을 사실상 용인하거나 부추기는 상황에서는 공시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오히려 은행들은 이자 수익을 방어할 명분이 생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