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5% 일괄 관세로 브라질 13.6%p, 중국 7.1%p 관세 하락"대규모 투자 약속한 동맹국은 불리해져 … 韓 0.6%p↑·0.4%p↑산업장관 "美와 우호적 협의" … 통상교섭본부장 인도 출장 취소무협 "美 향후 품목별 관세 압박 예상 … 동향 면밀히 점검해야"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뒤 한국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가 판결 직후 전 세계 수입품에 글로벌 관세 15%를 일괄 부과하겠다는 플랜B를 발표하자 그동안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이 관세 인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 인하를 받기로 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역 상대국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의 해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통상 당국과 파이낸셜타임스(TF) 등 외신 등에 따르면, 독립 무역 감시기구인 글로벌 트레이드 얼러트(GTA)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무역 대상국에 15% 관세를 일괄 부과할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국가는 브라질과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GTA는 15% 일괄 관세로 인해 평균 관세율이 브라질은 13.6%포인트(p), 중국은 7.1%p 하락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은 쿠데타 모의 공모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형사 재판과 관련한 트럼프와 정치적 갈등으로 관세율이 50%에 달한다.

    중국은 보편관세 10%와 펜타닐 관세 10% 등 관세율이 20%를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펜타닐 관세가 무력화되면서 관세가 15%까지 낮아질 수 있다. GTA는 고율 관세 표적이 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 대미 무역 흑자 폭이 큰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글로벌 15% 관세가 적용되면 의류·가구·완구·플라스틱 등 주력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무역 합의를 이룬 동맹국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관세 조치로 인해 평균 관세율이 0.6%p 상승하고, 일본은 0.4%p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한국과 일본은 각각 3500억달러(약 505조원)와 5500억달러(약 795조원)의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율을 15%로 인하했다.

    유럽 국가들의 타격은 더 큰 상황이다. 유럽연합(EU)는 미국과 합의를 통해 관세율을 15%를 적용받았지만, 향후 평균 관세율은 0.8%p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서 관세율 10%를 확보했지만, 이번 글로벌 관세 도입으로 평균 관세율이 2.1%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상호관세가 무력화된 뒤 무역법 122조에 따라 150일 동안 '글로벌 관세' 15%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불공정·차별적 무역을 빌미로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이용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성으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장난을 치면, 그들이 최근에 동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에 대비해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3일 경제단체, 주요 업종별 협회, 유관기관 및 관계부처 등이 참석하는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미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예정된 인도 출장을 취소했다. 

    청와대는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예정대로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관세가 상호관세와 별개로 작동하고 있고, 한미 무역 합의 당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외교·안보 사안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향후 품목별 관세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의 결정으로 미국 관세 구조가 '최혜국대우(MFN) 관세+무역법 122조(15%)'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무역협회는 "기존에는 일본과 EU 등 경쟁국들이 MFN와 상호관세를 합산한 15%의 관세로, FTA 체결국인 한국(15%)과 동일했다"며 "이번 관세 구조의 변화로 FTA로 인한 MFN 관세 면제 효과만큼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일부 회복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 중인 품목의 경우 관세 확대 가능성이 높다"며 "9월까지 최소 7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품목은 △의약품 △상업용 항공기 및 제트엔진 △폴리실리콘 및 파생제품 △드론 및 부품 △풍력터빈 △의료기기·의료용품 △로봇 및 산업기계 등이다.

    무역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현지시간 24일)에서 향후 관세 정책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은 122조 관세하에서 한미 FTA 효과가 복원된 만큼 원산지 기준 충족을 통해 한미FTA 활용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노력해야 하며,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력, 품질, 공급 안정성, 납기 신뢰도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2조에서도 USMCA(북미무역협정) 충족 품목은 관세가 면제되고 앞으로도 동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어, 멕시코·캐나다를 활용한 공급망 재구성 등 북미 내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