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작년 중기 연체액 75% 증가 … 지방 불경기 '심화' 전국 국가산단 휴·폐업 1090곳 … 1년 새 50% 급증골목상권도 '위기' … 지난해 외식업 폐업률 11.5%지방은행, 중기대출·개인사업자 대출 동시 연체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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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한국 경제가 코스피 6000선 돌파 축포를 터뜨리고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에 기댄 반도체 수출이 독주하며 전체 수출을 밀어 올리는 사이 철강·석유화학·건설업은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는 고용과 내수 침체, 그리고 자산 양극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구조적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반도체 기업 종사자들이 억대 성과급으로 함박 웃음을 짓는 사이,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직원들은 연체와 폐업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소득자들이 삼성전자로 떼 돈을 버는 동안, 20대와 건설 등 비IT 부문 일자리는 급속하게 소멸돼 가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에 대한 융단 폭격을 가하는 동안, 전세와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은 치솟는 시장 금리에 고통을 겪고 그나마 물건을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자리·자산·산업 전 부문에 'K자형 성장'의 괴물 같은 기형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경제 전문가들조차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거대한 '분식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극단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뉴데일리는 우리 경제에 퍼지는 악성의 K자형 곡선을 거시 담론과 실물 현장을 오가면서 장기 시리즈로 전한다. [편집자주]포항 철강공업단지 인근에서 공단 근로자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해 온 A씨는 이달 초 식당 문을 닫았다. 인근 철강 부품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고 직원들 임금마저 밀리면서, 점심 손님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달 갚아야 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A씨는 결국 신용보증재단에 대위변제를 신청하고 폐업을 택했다.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침체로 비수도권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몰리면서 그 충격이 공단 주변 골목상권으로 전이되는 '연체 도미노'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정 산업단지와 핵심 기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 있는 지방의 특성상, '공장의 위기'가 곧바로 '동네 식당의 폐업'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iM뱅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1조364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무려 75.1% 급증한 수치다.같은 기간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북은행이 1.09%에서 1.46%로 올랐고, 광주(0.7%→1.02%) 경남(0.45%→0.9%) 부산(0.62%→0.87%) iM뱅크(0.62%→0.83%)까지 일제히 상승하며 평균 1%대의 연체율을 보였다. 5개 은행 모두 안정적 관리 구간으로 여겨지는 1%에 육박해 경계선에 근접한 상황이다.지방 경기는 조용히 신음소리를 내며 수도권보다 가파르게 쇠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 장벽, 각종 규제 등 대내외 경영 악화 요인이 잇따르면서 비수도권 산업단지는 직격탄을 맞았다.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받은 '산단별 휴·폐업 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가산업단지에서 휴·폐업한 기업은 1090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2017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특히 중공업이 밀집한 경북과 경남 지역 산업단지에서는 지난해 120곳이 휴·폐업을 신고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급증했다.지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축인 건설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미분양 주택 중 76%가 비수도권에 집중됐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건설사는 3644곳에 달했다. 3년 연속 3000곳을 넘긴 수치다. -
- ▲ 지방의 한 주택 공사현장에 붙은 잔여세대 분양 안내문.ⓒ연합뉴스.
이러한 동반 부실은 '임금 체불'의 형태로 지역 사회에 퍼졌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임금 체불액은 최근 2년 새 16% 증가한 2조678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3년 새 체불액이 1.5배로 뛰었고 대구·경북 지역의 임금 체불액은 지난해 1400억원을 돌파했다.근로자들의 임금이 돌지 않자 인근 골목 상권도 빠르게 스러져가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의 최근 10년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의 외식업 폐업률은 11.5%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비는 상가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집합상가 공실률은 27.6%에 달했다. 이밖에 울산 20.7%, 전북 17.4%로, 10%대인 전국 평균 수준을 두배가량 웃돌았다.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으로 대출 여건까지 조여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달대비 0.04%포인트 오르며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업계에서는 매출 기반이 약한 지역 자영업자일수록 이자 부담과 유동성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며 연체 위험이 더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충격은 지방 자금줄을 책임지는 지방은행의 건전성 위기로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건전성 규제와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과 우량 차주 중심으로 여신을 재편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9.8%로, 처음으로 80%선 아래로 떨어졌다. 2022년 85%에 달했던 비중은 2023년 82.2%, 2024년 80.7%로 낮아진 뒤 지난해 말 결국 80% 선이 붕괴됐다.신규 대출 흐름도 위축됐다. 지난해 하반기 5대 시중은행의 신규 기업여신 공급액은 143조727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8조원 이상 감소했다. 생산적·포용금융 기조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와 리스크 관리 부담이 겹치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위주로 여신을 운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의 자금 부담이 지방은행으로 밀려나면서, 금융 양극화 속 '풍선효과'의 리스크를 지방은행이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연체 지표 급등은 지방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현실을 알리는 경고"라며 "거시적인 가계부채 관리뿐만 아니라 지방 경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