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대 5000 정밀지도 반출 '조건부'로 허가국내 서버 가공·좌표 제한 등 엄격한 보안 장치 마련'비관세 장벽' 해소로 한미 통상 협상력 제고 포석
  • ▲ 구글 코리아 본사. ⓒ뉴시스
    ▲ 구글 코리아 본사. ⓒ뉴시스
    정부가 20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려온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는 27일 경기 수원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회의를 열고,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조건부 허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야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2007년과 2016년, 지난해의 요청을 모두 거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심의에서는 구글이 제시한 기술적 대안이 그간 지적됐던 군사·보안시설 노출 등 안보 취약 요인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허가 조건에 따르면 구글은 구글 맵스와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위성·항공사진을 제공할 때 관계 법령에 따라 보안 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해야 한다. 또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 뷰에서도 군사·보안시설은 가림 처리를 해야 하며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 노출도 제한된다.

    보안 사고 예방을 위해 데이터 가공 및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됐다. 구글의 국내 제휴기업이 보유한 국내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며, 정부의 검토와 확인을 거친 내비게이션·길 찾기용 제한 데이터만 반출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보안사고 예방 및 대응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긴급 상황 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인 이른바 ‘레드버튼’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 지도 전담관(LRO)이 국내에 상주하며 정부와 상시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도 조건에 포함됐다. 만약 구글이 이러한 조건을 지속적이고 심각하게 불이행할 경우 정부는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기술적 검토 외에도 대미 통상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간 고정밀 지도 반출 거부를 한국의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압박해 왔다. 최근 관세 협상 등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이번 결정을 즉각 환영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역량이 구글 지도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인해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이 주도해 온 지도 서비스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만큼, 구글의 국내 서비스 품질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