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주 최고가격제 시행 예고 … 2주 기준 조정 검토정부 직접 시장 개입에 부작용 우려 … "유류세 인하 등 이뤄져야"
  • ▲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중동 사태를 틈타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소환한다.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지정하는 것으로 이르면 이번주 시행될 예정이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30년 만에 정부가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공급 위축이나 품귀 현상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종료 시사 발언에 반락하며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유가가 널뛰기 장세를 보이면서 기름값과 물가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ℓ)당 1949.53원으로 전날 대비 3.80원 상승했다. 경유 가격은 ℓ당 1971.53원으로 4.34원 올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 대비로는 휘발유는 11.18%(195.99원), 경유는 18.27%(304.56원) 뜀박질했다. 

    최악의 경우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를 웃돌 것이란 월가 은행들의 경고도 나왔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의 전략 비축유 방출 시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 시사 발언으로 유가는 상승폭을 반납했다. 그럼에도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석유시장 공급 차질 우려는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꺼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최고가격제 시행을 속도감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직후 브리핑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격 기준 등은 산업통상부에서 별도 논의할 계획이나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 가격을 설정하고, 첫 번째 최고가격은 현 시중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현실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 지역과 유종에 따른 최고가격을 어떻게 지정할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경유 ℓ당 평균 가격이 서울(1971.53원)과 전남(1871.89원) 간 99.64원 차이를 보인다.

    이같은 지역별 가격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상한가를 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원가인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에 맞춰 상한선을 매번 조정해야 하는 행정적 비효율도 적지 않다. 

    정부가 통제에 나서게 되면 공급 부족이나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팔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가 되면 공급자가 판매를 기피하게 될 수 있고, 석유사업법에서도 가격 통제 과정에서 정유·유통업계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가 변동성이 큰 원유는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가격 고시 주기보다 국제 원유시장 변동 속도가 빠를 경우 정유업계가 손실을 고스란이 떠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률적인 가격 규제보다는 독과점 관리·감독 강화,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운송회사 보조금 지급 등의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