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선 도입…2주 단위로 가격 조정보통휘발유·경유·등유에 적용…정유사 손실 사후보전휘발유 1833원·경유 1930원·등유 1730원 보다 낮게
  • ▲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 정보. ⓒ뉴시스
    ▲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 정보. ⓒ뉴시스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폭등하자 29년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13일 0시부터 도입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2주 단위로 조정되며, 중동 위기 발생 이전 평상시 국내 석유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정부는 1차 최고가격을 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대책반(TF) 회의에서 "석유가격을 안정화하고, 불합리한 가격 인상 등 시장 왜곡에 대응하며 정부, 기업, 국민들이 석유가격 인상 부담을 함께 분담하기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부는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및 과잉수출 제한에 관한 규정' 고시를 제정 및 시행해 석유가격을 안정시킬 방침이다.

    13일 0시부터 적용되는 1차 최고가격은 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3월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등유 408원이 저렴한 수치다. 해당 가격은 3월 13일부터 3월 26일까지 2주 간 적용된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을 반영하고 여기에 세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기준가격은 중동 위기 발생 이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으로 정했다. 공급가격은 정유사가 대리점과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으로, 한국석유공사에 주간 단위로 보고되는 가격이 기준이 된다.

    가격 변동률은 원유 가격이 아닌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을 적용한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납사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특정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항목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다.

    가격 조정 주기는 2주 단위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2주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유가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조정 주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적용 대상 품목은 보통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이다. 특히 등유는 취약계층이 많이 사용하는 연료라는 점을 고려해 포함됐다. 반면 고급 휘발유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대상으로 하며 주유소 판매가격은 직접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역별 운영 방식과 임대료, 물류 비용 등이 달라 판매가격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매점매석이 의심될 경우 이를 공개하고 조사와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출 제한 장치도 함께 도입된다. 국제 가격이 높을 경우 정유사가 해외로 물량을 돌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정유사 수출 물량을 2025년 수준으로 제한하고 필요 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정유사가 최고가격제 적용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에는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정유사는 자체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액을 산정해 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정부에 제출해야 하며, 정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가격 정산위원회'를 통해 이를 검증한 뒤 분기별로 보전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농민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등 별도의 지원책을 통해 이중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오를땐 빨리, 내릴땐 천천히 내려 정유사가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이 있다"며 "최고가격제를 통해서 이부분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동 상황 발생 이후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기도 했고 현재는 약 90달러 수준"이라며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 등 가격 인하 요인이 있지만 여전히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유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가격제 첫 번째 목표는 석유가격 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