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상가 곳곳 '임대 문의'… 공실 장기화자영업 대출 차주 10곳 중 1곳 폐업공실 옆 무인 가게…상권도 버티기소비 둔화·부채 겹치며 금융권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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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점포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또 다른 상가에 있는 약국은 폐업한 채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정혜영 기자
이란 전쟁이 격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 환매 사태가 확산하면서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길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영끌족과 빚투족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곳곳에서 퍼지는 부실의 악몽이 더는 먼 발치에서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아 아니라, 바로 앞에 다가온 현실일지 모른다. 미국 저명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Bofa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온 나라가 '코스피 5000'에 취해 있는 동안 부실의 암덩어리는 경제 주체 곳곳에 빠르게 퍼지는 양상이다. 뉴데일리는 경제 전반에 퍼지는 실물과 금융 위기의 모습을 시리즈로 진단한다."상가 매물이 1년째 안 나가요.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대출도 못 갚고 나가는 경우가 많죠."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밀집 상가. 평일 낮인데도 곳곳에 '임대 문의'가 붙은 빈 점포가 세 곳이나 눈에 띄었다. 아파트와 학교, 공원, 대형 병원이 가까운 입지지만 공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자영업 폐업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2025년 4분기)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국내 사업장은 약 362만 곳이다. 이 중 50만7000곳(14.0%)이 폐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사업장 7곳 중 1곳이 이미 문을 닫은 셈이다.◇ 자영업 대출 '경고등' … 차주 10명 중 1명 이미 폐업폐업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권에 부실 우려가 번지고 있다. 장사가 악화돼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금융사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임대 문의가 붙은 한 공인중개업소에 들어서자 최근 잠실 일대에서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장기간 비어 있는 점포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A 공인중개사는 "예전보다 공실 기간이 길어졌다"며 "임대료를 낮추거나 조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해당 자리에는 10년 넘게 영업하던 분식 체인점과 떡집 등이 있었지만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과거 월세가 180~190만원 수준이었던 점포도 최근 170만원까지 낮췄지만 공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 ▲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1층의 점포 두 곳이 모두 공실인 모습. ⓒ정혜영 기자
◇ 비은행권 중심 대출 부실 '확산 조짐'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9.3%로 전년 같은 기간(9.1%)보다 확대됐다.금융권별로 보면 비은행권의 폐업 비중이 더 높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은행권 폐업 비중은 8.5%, 비은행권은 17.3%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상호저축은행 10.4%, 여신전문업 8.2% 등에서도 폐업 사업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특히 비은행권 가운데 '기타' 업권의 폐업 비중은 38.0%로 가장 높았다. 카드사·캐피탈·상호금융으로 분류되지 않는 대부업체 등 취약 차주 중심 대출이 포함돼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폐업 사업장의 평균 대출잔액은 6257만원, 평균 연체금액은 67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자영업자 가계대출 잔액은 1072조2000억원, 차주는 308만5000명에 달했다.◇ 무인점포 늘어도 상권은 침체 … 자영업 위기 장기화자영업 부실 문제는 단기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5~6년 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라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신용불량이나 재산 압류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었다"고 말했다.정부가 새출발기금 확대, 대환대출 지원, 채무 조정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채무 탕감 등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왜 문제가 반복되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상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소비 위축 속에서 일부 상가는 소형화·무인화 형태로 버티는 모습이다. 공실 옆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서 있었지만 이곳 역시 "가게 인수하실 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소비 구조가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오프라인 상권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자영업자 부채와 가계의 부동산 자산 쏠림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소비 둔화와 부채 문제가 겹치면 금융권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