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안정, 속은 부실 … 잠재취약차주 20% '숨은 리스크' 확대금리 추가 상승 시 연체 직행…숨은 부실 '표면화' 경고고위험가구 46만·한계기업 증가… 가계·기업 양축에서 부실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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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기업에서 동시에 불어난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몰리며 금융시스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겉으로는 연체율 하락과 부채 증가세 둔화 등 안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이 늘어나며 ‘숨은 부실’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금융지표는 겉으로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고, 금융권 연체율도 소폭 하락하는 등 단기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이다.하지만 내실은 정반대다. 고위험가구는 약 46만 가구 수준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취약차주가 확대되며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기존 차주의 상환 부담이 쌓이면서 취약계층으로 전이되는 흐름도 뚜렷하다.실제 전 재산을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45만9000가구로, 1년 새 18.9% 증가했다. 전체 부채 보유 가구 중 비중도 3.2%에서 4.0%로 확대되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더 큰 문제는 ‘잠재취약차주’다. 현재 잠재취약차주 비중은 20%에 육박해 차주 5명 중 1명꼴로 금리 상승이나 경기 둔화 시 곧바로 취약차주로 전환될 수 있는 상태다. 지표상 안정과 달리, 실제로는 언제든 부실로 전환될 수 있는 ‘대기성 리스크’가 빠르게 쌓이고 있는 셈이다.기업 부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자금조달 여건이 빠르게 경색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늘고, 업황 부진 업종에서는 부실 위험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부동산·건설,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서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며 신용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 한은은 기업 부실이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여기에 대외 충격 변수까지 겹치며 기업 부문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은은 금융한정 상황 보고서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공지능(AI)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유가 급등과 글로벌 자산가격 조정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기업 수익성과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실제 한은이 설정한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는 금융기관의 자본여력이 뚜렷하게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8%를 웃돈 시중은행의 자본비율은 16%대까지 하락하고,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 중소형 금융기관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이러한 충격이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이처럼 가계와 기업 양쪽에서 부실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금융기관으로의 리스크 유입 구조도 뚜렷해지고 있다. 가계 부문에서는 취약차주 증가가, 기업 부문에서는 한계기업 확대가 각각 건전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특히 금리 상승은 이러한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넘어서며 약 3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촉발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면서 시장금리 전반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되며 차주 부담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연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나 금리 변동 시 부실이 단기간에 표면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한국은행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취약차주와 취약기업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고,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하락할 경우 개별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다.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부실이 특정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취약부문 쏠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본완충력이 약화되면, 개별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속도도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