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중동 리스크·외국인 이탈에 1530.1원 마감…금융위기 이후 최고신현송, 위기 판단 기준은 '달러 유동성 경색 여부'2023년 'BIS 워킹페이퍼'서 가격보다 '자금 흐름' 강조외환보유액 개입보다 유동성 공급… 한미 통화스와프 카드 부상
  •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서성진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서성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큰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환율 급등보다 달러 유동성의 ‘경색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그의 인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향후 통화정책 역시 환율 방어보다 외화 유동성 관리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 급등 속 시장과 다른 시각 … 신현송 "위기는 경색 여부"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1536.90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겹치며 환율 상승 압력이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달러인덱스가 장중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환율 상승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원 가까이 순매도에 나서며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 영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신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큰 우려는 없다"며 "달러 유동성은 양호하다"고 밝혔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대를 넘어 1530원선을 눈앞에 둔 상황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환율은 결과일 뿐 … 가격보다 '자금 흐름'이 실물경제 좌우

    이 발언의 배경에는 신 후보자의 일관된 경제관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23년 국제결제은행(BIS) 재직 시절 발표한 워킹페이퍼 '공급망 이론: 운전자본 접근(Theory of Supply Chains: A Working Capital Approach)'에서 환율·금리 등 가격 변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자금 흐름과 연결성이 실물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가격 변수보다 자금 흐름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연구 결론에서 실물경제가 생산에 시간과 자금을 필요로 하는 구조인 만큼 금융 여건이 악화되면 자금 조달이 위축되면서 공급망과 실물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자금 흐름이 유지되는지가 위기의 본질이라는 의미다.

    결국 신 후보자의 관점에서 위기의 본질은 환율 수준이 아니라 '경색' 여부다. 환율 급등은 결과일 뿐, 달러 조달이 막히는 순간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진짜 위기라는 것이다.

    ◇개입 대신 유동성 공급 … 한미 통화스와프 등 대응 부상

    이러한 인식은 향후 정책 대응 방향에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환율을 직접 낮추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나 외환보유액 투입은 상대적으로 지양하고, 달러 자금이 원활히 순환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은행이 통화스와프나 외화대출을 통해 시중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필요할 경우 한·미 통화스와프 등 대외 조달 채널을 확보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은행의 외화 유동성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시장 내 달러 흐름을 유지하는 조치도 병행될 수 있다.

    이는 환율 수준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보다 자금 조달 경로가 막히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둔 대응으로, 시장 기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현재까지는 외화 유동성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달러 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인 FX스와프포인트는 최근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며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년 만기 기준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26일 -16.50원에서 30일 -15.70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줄었다. FX스와프포인트는 원화를 주고 달러를 빌릴 때의 비용으로, 마이너스 폭이 축소된 것은 환율 급등에도 달러 유동성은 비교적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안정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현재의 가격 상승 국면이 실제 유동성 경색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환율 레벨만 보면 위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달러 조달 시장이 막히지 않았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며 "과거 위기 국면과 달리 외화 유동성 측면에서는 아직 구조적인 스트레스 신호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