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작년 4분기 34조원 순매도 … 사상 최대 외환시장 개입환율 1530원 돌파·1540원 목전에도 구두개입도 사실상 '실종'신현송 "환율 수준 중요치 않다" … 시장 "개입 신호 약화" 해석"속도 관리만으론 부족" … 정책 일관성·신호 부재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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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30조원이 넘는 외환을 투입했던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40원선에 근접한 상황에서는 뚜렷한 대응 없이 관망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책 신호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224억달러를 순매도했다. 원화 기준 약 34조원 규모로, 관련 통계 공개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당시에는 원화 약세가 주요 통화 대비 과도하게 확대됐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다.하지만 최근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30원을 넘어 장중 1536원대까지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당국의 대응은 제한적이다. 구두 개입도 드물고, 실질적인 달러 매도 역시 미세 조정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시장에서는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환율 레벨 자체를 문제 삼아 강하게 개입했는데, 지금은 비슷한 수준에서도 명확한 대응이 없다는 것. 이렇게 될 경우 원화 약세 베팅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논란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발언 이후 더 커졌다. 그는 이날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며 "달러 유동성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기론을 차단하려는 취지였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이 환율 레벨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당국은 환율 '수준'보다는 '속도'와 '쏠림'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화 약세가 주요 통화보다 빠르게 진행되는지, 외국인 자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되는지를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입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정책 딜레마도 작지 않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직접 개입은 단기 효과는 있지만 지속성이 떨어지고, 반복될 경우 보유액 감소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개입을 자제하면 환율 상승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는 대응 강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전문가들은 지금이 정책 공백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 구간이라고 지적한다. 환율 수준 자체보다 시장이 당국의 대응 의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정책 방향이 불명확할 경우 시장 쏠림이 더 빠르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한 투자은행 임원은 "외환시장은 기대와 심리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명확한 개입 기준이나 정책 방향 없이 관망이 길어질 경우 투기적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