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90일 변수 속 호르무즈 통과 선박·금리에 주목반도체, 지수 반등 시 최우선 주도주고유가 장기화 시 이익률 하락, 2022년 사례처럼 증시 부담 확대유가 90·80·70달러 구간별로 주도 업종 변화조선·기계→자동차·화학→제약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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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과 유가 흐름이 금융시장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시장 정상화 여부는 해상 물동량 회복과 금리 인상 기대 완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수가 반등 국면에 진입할 경우 반도체 업종이 가장 빠르게 회복하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업종 선택이 어려워지고, 결국 투자 전략은 유가 구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6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번 시장의 핵심 변수는 전쟁의 지속 기간과 유가 흐름이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60일, 철수 유예 기간 30일을 합산하면 총 90일이다. 의회 승인이 없다면 4월 말부터 미국은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

    향후 금융시장은 두 가지 신호를 중심으로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 증가 여부다. 현재 6척 수준에서 전쟁 이전 일평균 98척, 3월 1일 기준 20척으로 회복 흐름이 나타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연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현재 1회 인상이 반영돼 있지만 최근에는 2회 인상까지 반영되며 긴축 우려가 확대된 상태다. 이 두 변수의 하락 여부를 확인하며 시장은 점진적인 정상화 과정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수가 정상화 국면에 들어설 경우 가장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업종은 반도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P500 Tech 섹터의 투자 증가가 최근 3년간 글로벌 경기사이클 확장을 주도하는 변수"라며 "Tech 섹터의 투자증가율(YoY)은 현재 49%로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반도체는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에 위치해 있다. S&P500 반도체 PBR은 8.83배로 연중 고점 대비 -39% 하락했고, 코스피 반도체 PBR도 1.89배로 연중 고점 대비 -22% 낮아졌다. 반면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S&P500 반도체의 12개월 예상 영업이익률은 50%, 코스피 반도체는 47%로 동반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통상 반도체 업종은 영업이익률이 하락 전환되기 전까지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동반 상승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전쟁과 유가 상승에도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며 연준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될 경우, 반도체가 지수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당시에도 전쟁 국면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된 사례가 있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은 또 다른 국면에 들어간다. 현재 글로벌 경기는 소비 중심 성장은 아니지만,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22년 2월부터 7월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약 6개월 유지했는데, 당시 코스피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에서 2022년 9월 이후 8%대로 하락했다. 연준과 한국은행의 동반 금리 인상 영향도 있었지만, 고유가로 인한 비용 부담 확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

    결국 유가가 높은 구간에서는 업종 선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괜찮다고 가정해도, WTI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에서 영업이익률 하락 우려로 인해 업종 선별 전략이 쉽지 않다"면서 " WTI 가격 레벨이 낮아지는 과정에서의 업종 선별 전략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유가 구간별로 주도 업종이 뚜렷하게 달라진다고 분석한다. 핵심 변수는 주가와 영업이익률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이러한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어 추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먼저 WTI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는 산업재 섹터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S&P500에서는 미디어와 자본재의 영업이익률 상승 폭이 컸고, 코스피에서는 조선과 기계 업종이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했다.

    유가가 80달러 수준으로 내려오면 흐름이 달라진다. S&P500에서는 하드웨어, 운송, 제약/바이오가 영업이익률 개선을 기반으로 부각된다. 코스피에서는 운송, 자동차, 2차전지, 철강, 화학 등 소재 및 경기민감 업종의 주가수익률이 높았다.

    유가가 70달러 수준까지 낮아지면 금융과 성장 업종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 S&P500에서는 은행과 소프트웨어가, 코스피에서는 제약/바이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종이 영업이익률 상승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방향성보다 유가 레벨을 먼저 읽어야 하는 구간"이라며 "WTI가 90달러 이상에서 머무르면 업종 간 차별화가 약해지고, 결국 실적 훼손 리스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유가가 안정 구간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반도체와 성장주 중심의 주도주 복원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