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글로벌 반도체 확장세 점검 보고서 발표 고난도 공정·보수적 증설로 공급 부족 … 당분간 수요 지속빅테크 자금난·중국 맹추격 등 다양한 불확실성 고려해야"중동전쟁, 반도체 경기 미치는 영향 제한적"
  • ▲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
    ▲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한 반도체 호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자금 고갈 우려와 중국의 맹추격 등으로 인해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현재 반도체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례 없는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난도 공정, 보수적인 증설 기조 등으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적 공급 제약을 근거로 "당분간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번 반도체 호황 사이클은 2010년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2013~2015년)나 팬데믹에 의한 비대면 활동 증가(2020~2021년) 등 과거의 반도체 사이클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상승기에는 공격적인 시설 확충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순간 급격한 하락 사이클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번 확장세에서는 고성능 제품의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 공급이 즉각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워 과거보다 수급 불균형이 크고 길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 향후 반도체 경기를 좌우할 핵심 요인 및 종합평가 표 ⓒ 한국은행
    ▲ 향후 반도체 경기를 좌우할 핵심 요인 및 종합평가 표 ⓒ 한국은행
    다만 한은은 AI 확산속도 및 활용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향후 반도체 경기 확장세의 지속 기간은 매우 유동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전환 시점을 결정지을 5대 리스크 요인으로 △AI 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 △빅테크의 지속적인 자금확보 여부 △AI 모델의 기술 효율성 진전 양상 △메모리 생산업체의 증설 속도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 등을 꼽았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 여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내부 재원만으로는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회사채 발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나아가 사모신용펀드 등과 합작해 특수목적기구(SPV)를 활용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까지 동원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는 모양세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성능을 보다 적은 연산과 메모리로 구현하려는 'AI 모델 경량화' 추세가 메모리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점도 우려 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현재 국내 기업에 비해 4년 정도 뒤처진 상태라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범용 D램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최근 중동전쟁이 반도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와 금리 상승 우려에도 공급 둔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글로벌 AI 투자는 시장 주도권 선점이 우선시되고 있어 거시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중동전쟁 상황과 금융경제 파장이 더 심각해져 중동산 에너지·소재 장비 조달에 차질이 생기거나 빅테크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공급망에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