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어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韓배 26척 발 묶여…'산업 셧다운' 현실화 우려비축유 없이 4~5월 버티기…6월 이후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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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뉴시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국내 석유화학 산업 셧다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비축유 방출 없이 4~5월을 버티며 셧다운 시점을 늦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후 수급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13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기준) 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전면 봉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란이 2주간 휴전 합의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완전히 풀지 않자 이란 자금줄을 차단하는 역봉쇄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13일 오후 11시부터 적용된다.앞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첫 종전 협상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며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와 관련한 명시적 약속을 요구했지만,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협상은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의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으나, '노딜'로 마무리되면서 향후 재개 여부와 타결 가능성 모두 불투명해졌다. 특히 2주간의 휴전 기간 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한국의 원유 수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산이 70%에 달한다. 또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약 55%를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 4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수입 물량의 77%가 중동산이다.전세계 원유 물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 석유 관련 산업에 미치는 충격도 본격화되고 있다.우선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는 국내 선박의 귀환이 늦어지고 있다. 휴전 기간 내 해협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고립이 불가피하다.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이 묶인 상태로 대기 중인 한국 선박은 총 26척이다. 원유 운반선 9척, 석유제품 운반선 8척, 벌크선 5척, LNG·LPG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1척, 자동차 운반선 1척 등이다. 선원은 총 169명으로 파악됐다. 모든 선박은 제품 선적과 보급품 충당 등 항해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한다.이에 대해 구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일 "우리나라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사 및 관련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여천NCC를 비롯한 석화 업체들이 이미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원료 수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에서는 석화 셧다운이 4월 말에서 5월 초로 예상했는데, 정부는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최대한 늦추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으로 파견해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확보된 물량과 기업 재고를 고려할 때 4~5월은 비축유 방출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 장관은 "현재 물량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고들이 좀 있다. 5월은 확보한 물량 수준이 지난주보다 10% 더 늘어 80% 가까이 되는 상황"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방출하지 않고 4월, 5월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호르무즈 항로를 대체할 수 있는 홍해 우회 노선 활용도 검토 중이다. 청해부대의 선박 호위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원유 물량을 우선 배정받는 방안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다만 홍해 역시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 위협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안정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원유 도입선 다변화도 본격화됐다. 정부는 카자흐스탄 등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물류비 증가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기존 수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정부가 지난달 27일부터 매점매석 금지와 수출제한 등 긴급 수급안정 조치를 시행한 나프타 수급 상황은 일시적으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3월 말 약 55% 수준까지 떨어졌던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은 4~5월 들어 약 8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공급 상황을 관리하고 있으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약 8691억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아울러 플라스틱 필름 등 생활 밀접 품목 생산업체의 원료 수급 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긴급 수급조정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대응이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결렬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6월 이후 추가 물량 확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중동산 원유는 물류비와 정제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고, 국내 정유 설비 역시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어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한계가 있다.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결국 단기적으로는 비축유 방출 없이 버티며 셧다운 시점을 늦추는 데 집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얼마나 늦출 수 있을지가 향후 에너지 위기 대응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