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선 다변화 물리적 한계 … 정부 낙관론 속 정유업계 수급 공백 직면석화 업계 나프타 재고 2주 치 … 포장재 부족 등 시민 체감 위기발 묶인 해운업계 "외교만 바라볼 뿐" … 커지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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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해협.ⓒ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며 한국 산업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해상봉쇄를 선언하며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인 정유, 석유화학, 해운업계의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국 시각 13일 오후 11시부터 미군이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진정되는 듯했던 중동발 리스크가 다시 산업계를 덮치는 양상이다.◇정부는 충분하다는 낙관론, 무거워지는 정유업계 어깨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어제(12일) KBS 일요 진단에 출연해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지 않고 4~5월을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미국산 원유와 함께 카자흐스탄 원유 수입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다음 주 초 구체적인 물량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국회 역시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중동전쟁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는 오늘(13일) 3차 회의에서 "원유 추가 확보에 매진한 결과 4개 정유사 비축유 물량이 3000만 배럴이 됐다"고 전했다.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당정은 낙관하지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개별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도입선 다변화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중동에서 원유를 실어 오는 데는 약 20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미국 등 대안을 이용할 경우 운송 기간만 4~50일이 걸려 수급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국내 정유 설비의 대부분이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어 대체 원유가 완전히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유 산업이 중동산 원유에 맞춰진 구조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라 설비 투자와 공정 최적화가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특히 일본이 국가 비축유를 대량 반출하며 리스크를 분산한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비축유 방출에 신중한 태도다. 국가 비축유 방출 시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필연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한국산 석유제품에 의존하는 호주 등 수입국과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국가의 그렇다고 할 대응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 정유사들의 자체 재고 방어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
- ▲ 여수 석유화학단지.ⓒ연합뉴스
◇멈춰 서는 NCC 공장 … 포장재 품귀 현상 가시화석유화학 업계는 수급 불안을 넘어 원가 부담 증가라는 한계에 직면했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 재고가 약 2주 치 분량으로 감소하며 LG화학 등 대형 석화 사들이 설비 가동을 전면 중단하거나 축소 운영 중이다.이는 전방 산업으로 직결돼 식품 포장재용 폴리에틸렌 조달 차질로 이어지고 지자체별로 최악의 경우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하는 지침도 하달된 상태다.정부가 확보한 미국산 원유 등이 국내에 도착하면 나프타 수급 자체는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해상봉쇄가 촉발한 물류비 상승과 대체 물량 확보 경쟁으로 인해 개별 기업의 비용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특히 업계는 중국이 단기 계약 물량 확보에 뛰어들 경우, 원재료 가격이 치솟을 것을 우려한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단기 계약 물량을 간신히 끌어모으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까지 합세하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며 "나프타 가격이 전쟁 전보다 이미 80%가량 오른 상황에서 원가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에 8691억원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 단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기로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원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는 장기화 국면에서는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될 수 없다 지적한다. -
- ▲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있다.ⓒ뉴시스
◇뱃길 끊긴 해운업계 "외교적 타결 기다릴 뿐"… 물류 대란 가시화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면서 해운업계 역시 외교적 타결을 기다리는 상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국 선박은 26척, 선원은 173명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 중인 선박은 2000여 척으로 추산돼 봉쇄가 풀리더라도 물류 병목현상이 예상된다.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운사의 영업 손실과 더불어 막대한 추가 운임과 수급난을 떠안게 될 화주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 특히 정유사는 원가가 오르고 원료 수급이 끊겨 공장이 멈추면서 나오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해상 운송로가 막히면서 물류비는 급등세다.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일 기준 전주 대비 35.81p 상승한 1890.77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이어간다.해운업계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 손쓸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정부 간 외교적 타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