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잇단 제동에 '면피성 규제' 논란강한 제재로 감독 실패 책임 희석 우려
  • ▲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제재가 잇따라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제재의 실효성과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사고 때마다 '필요한 조치는 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듯 고강도 제재를 꺼내들고 있지만,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제재 근거와 절차가 충분히 정교하게 검토됐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4일 법조계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빗썸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FIU가 빗썸에 내린 신규 고객 외부 가상자산 이전 제한 6개월 조치는 본안 판결 전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재판부는 "빗썸 영업 일부정지 처분이 유지되면 신규 고객 유치와 사업 확장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고, 이후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평판 하락 등 손해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FIU를 상대로 한 일부 영업정지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두나무의 고의·중과실 여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인원 역시 최근 FIU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 나서면서 국내 3대 거래소 모두 법적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FIU가 시장 혼란이나 이용자 피해 논란이 커질 때마다 우선 고강도 제재를 내린 뒤, 최종 판단은 법원에 넘기는 방식으로 정책·감독 실패에 대한 비판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빗썸 오지급 사태와 각종 이상 거래 논란, 자금세탁 우려 등이 사회적 문제로 번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강경 대응 기조를 반복해왔다는 점에서다. 거래소에 대한 중징계를 통해 감독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장 관리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소 제재가 법원에서 일부 뒤집히더라도, 당국 입장에서는 "감독기관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와 무관하게 책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규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우선 강한 제재를 발표해 시장에 메시지를 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후 법원 판단으로 넘어가면 당국 책임은 희석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FIU와 두나무 간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100만원 미만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제한' 문제를 두고도 업계에서는 그간 세부 기준과 적용 범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사실상 사후적 해석에 기반한 제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FIU 측은 자금세탁 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이상 거래나 불법 자금 흐름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며, 거래소 역시 강화된 내부통제 의무를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원이 잇따라 거래소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FIU의 규제 방식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입법과 세부 기준 마련 없이 제재 중심 대응만 반복되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