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은 줄이고 본사는 키운다" … 금융권 스카이라인 지각변동고도제한 풀린 여의도, KB·키움 등 낡은 사옥 헐고 '초고층'으로하나금융은 청라, KB는 여의도… 흩어진 IT·데이터 인재 한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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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 본관 ⓒ KB국민은행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지구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면서, 여의도 스카이라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용적률과 고도제한이 대폭 완화되면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들이 잇따라 초고층 사옥 재건축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대면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AI·디지털 핵심 인재를 한데 모을 '메가 사옥'의 필요성이 커진 점도 랜드마크 건립 경쟁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파크원 뛰어넘나 … 규제 풀린 여의도, 재건축만 5곳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한미글로벌과 여의도 본관 대건축 CM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용역 기간은 총 7년4개월로 2033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관은 1984년 옛 주택은행 본관으로 시작해 준공 40년이 넘은 노후건물이다. 재건축이 끝나면, 지하 8층~지상 34층, 연면적 10만4800㎡(약 3만1700평) 규모의 초대형 사옥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2020년 완공된 KB금융 여의도 신사옥(지하 6층~지상 25층, 연면적 6만7600㎡)과 비교해도 층수는 9개 층이 더 높고, 연면적은 약 1.55배 더 큰 규모다.현재 여의도 일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옥은 KB국민은행 본관을 포함해 키움파이낸스스퀘어, 한국화재보험협회 사옥, 옛 미래에셋증권 빌딩, 옛 메리츠화재 사옥 등 총 5곳에 달한다.이러한 재건축 확대의 배경에는 서울시의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관련 계획안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11월 이를 결정 고시했다.이에 따라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구 내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는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해졌다. 상향 시 용적률은 1000%까지 부여되며, 친환경 설계나 창의·혁신 디자인을 적용할 경우 1200% 이상으로 대폭 완화된다. 일반상업지역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보험·은행·핀테크 등 권장업종을 도입하면 그 비율에 따라 최대 1.2배까지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건물 기준 높이가 350m까지 풀리면서, 현재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333m)을 뛰어넘는 사옥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흩어진 역량 결집 … 영업점 지고 '메가 본사' 뜬다금융사들이 앞다투어 메가 사옥 건립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건물의 노후화 때문만은 아니다. 비대면 금융 일상화로 낡은 대면 영업점의 역할은 축소된 반면, 이를 대체할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IT 개발 등 고부가가치 인력을 한데 모을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앱 하나로 영업을 확대 중인 인터넷은행들이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통 은행권의 구조 재편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2000만명이 넘는 MAU(월간활성이용자수)를 기록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 18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방은행 전통 강자인 JB금융지주를 앞서고 국내 6위인 BNK금융지주를 200억원 차이로 추격하는 수준이다. '슈퍼앱' 하나가 수백 개의 오프라인 지점을 압도한 셈이다.은행권의 비이자수익 창출 역시 플랫폼 경쟁력에 좌우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앞다투어 디지털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한은행은 AI 특화 점포를 확대했고, 오는 6월 통합 앱인 'NEW 슈퍼 쏠'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최근 앱 내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새로운 '하나원큐'를 선보였다.플랫폼 고도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간 결집'의 중요성은 확대되고 있다. 상품 기획자와 IT 개발자, 데이터 전문가가 한데 모여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만 빅테크 수준의 혁신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하나금융그룹 역시 오는 9월 본사를 청라국제도시로 옮겨 통합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6개 핵심 계열사와 통합데이터센터의 IT 인력을 한 자리에 결집해 디지털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KB국민은행의 여의도 본관 재건축 역시 단순한 노후 사옥 교체를 넘어, 하나의 'KB타운'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해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본관 외에도 여의도 일대 빌딩에 핵심 부서들이 흩어져 있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다 보니 부서 간 대면 보고나 신속한 의사결정에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에 34층 규모의 초대형 신사옥이 들어서면 흩어졌던 인력이 한 지붕 아래로 집결할 전망이다.한 여의도 금융권 관계자는 "대면 영업점 축소와 본사 거점화는 모바일 금융 확대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핵심 계열사와 부서가 한 공간에 결집하는 만큼, 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도 금융사 내 부당한 정보 교류를 막는 장치인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도 신사옥 설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